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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봉준호 등…스타 감독들의 불안했던 청춘

박찬욱·봉준호 등…스타 감독들의 불안했던 청춘

입력 2014-11-21 00:00
업데이트 2014-11-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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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감독 조명한 신간 ‘데뷔의 순간’

박찬욱·봉준호·류승완·최동훈…. 한국영화의 주류로 성장한 영화감독들이다.

지금은 충무로의 핵심 파워로 거듭났지만, 그들의 삶이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무능 때문에 좌절에 빠졌고, 비슷한 역량의 친구들이 잘될 때는 질투에 휩싸이기도 했다.

’데뷔의 순간’은 충무로에서 손꼽히는 17명 감독의 신인 시절을 다룬 책이다. 남들처럼 아파하고, 흔들리던 불안을 자양분 삼아, 지금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그들의 긍정적 기질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조실부모한 탓에 가장으로서 어려운 삶을 지탱해나가야 했던 류승완 감독에게 영화는 꿈이었다. 현실이 목을 죌수록 어두운 동시상영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던 류 감독은 구운 오징어 냄새, 사람들의 음침한 표정 속에서 희열을 느꼈다.

”특별한 재능이나 영리함이 있었다기보다는 매 순간 가졌던 절박함이 무기였다”는 그는 여러 차례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 도전장을 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모든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도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포기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술친구 봉준호 감독이 “제빵사나 하자”며 위로를 하기도 했다. 비참했고, 실제로 포기하려 했지만, 박찬욱 감독이 건넨 위로의 말 덕택에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하다.”

그렇게 호기롭게 말했던 박찬욱 감독의 데뷔 시절도 영 신통치 않았다. 그도 영화감독이 되고자 악전고투했다. 영화사를 다니며 보도자료를 쓰고, 영어 자막을 번역했다. 극장에 찾아가 영화를 틀어달라며 영업도 했다. “’현기증’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컨트롤 된 영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닥치는 대로 글을 쓰고, 방송도 하며 겨우겨우 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세월은 그렇게 자꾸 흘러 아이는 자랐고,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대단한 일을 할 걸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데뷔 시절, 봉준호 감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감독이 되기로 한 후 그냥 직진만 해왔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고, 영화아카데미도 합격했다. 다른 일을 한다는 상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든 좌절감이 수시로 엄습했지만 이미 발을 내디딘 이상 그저 묵묵히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실패 후 찾아든 우울증, 비슷한 시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찬사를 받았던 류승완 감독에 대한 부러움 등 스타 감독 봉준호의 ‘지리멸렬’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밖에도 책은 “재능보다는 의지다” “’하면 된다’는 말보다는 ‘하면 는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다”고 되뇌는 최동훈 감독, “영화를 한다는 건 운동권 학생이 공장에 위장 취업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일을 시작한 변영주 감독, 영화가 좋아 유학길에 올랐다가 감독이 된 임순례 감독 등 17명 감독, 그들 각자의 데뷔기를 들려준다.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청춘의 불안이다. 그러나 그 불안은 마흔을 모두 넘긴 그들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감독들임에도 그 불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건 아마도 감독이라는 직업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 주성철 엮음. 푸른숲. 1만5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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