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최민식 “’명량’, 제게는 천운…연기할수록 무서워”

<부산영화제> 최민식 “’명량’, 제게는 천운…연기할수록 무서워”

입력 2014-10-04 00:00
업데이트 2014-10-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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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서 야외토크…”할리우드, 우리와 똑같아”

“영화를 찍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있지만 ‘명량’은 유독 아쉬움이 더 컸어요.”

한국 영화사의 새 장을 쓴 영화 ‘명량’의 주인공 배우 최민식(52)이 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모래를 잔뜩 품은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데도 수백 명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를 맞은 이날 영화제 부대행사인 오픈토크에 참석한 최민식은 “극장에서 상영된 ‘명량’의 완성본 자체로도 만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명량’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았어요. 충무공의 굴곡 있는 감정선이라든가, 휘하 장수들이나 아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갈등 등 더 끌어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가 더 길었으면 했습니다. 저는 영화 분량이 3시간으로 늘어났어도 관객들이 잘 관람하실 것 같은 확신이 들었어요.”

”’명량’이라는 작품 자체가 제 인생의 천운”이라고 강조한 최민식은 김한민 감독의 제안을 받고 출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꿨다는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말 큰 학들이 일렬횡대로 하늘을 뒤덮었어요. 지금 보니 일자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선두에 있던 학이 다른 행인들도 있는데 저를 향해 급강하했어요. 그러더니 자신의 부리로 제 목을 잡더라고요. 꿈에서 깬 다음에 이것이 영화에 출연하라는 계시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충무공의 체취, 음성, 호흡을 꿈에서라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했다”는 최민식은 “절대적인 존재감의 한 인간에 대해 왜 이렇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보고, 듣고 싶은 욕망이 일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명량’이 관객수 1천800만명의 기록을 세운 데 대해 “1천800만이라는 수만을 놓고 보면 수도권 인구가 다 봤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다”면서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명량’과 함께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최민식은 “말로들 할리우드, 할리우드 이렇게 해서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네와 똑같았다”면서 “배우 자신이 마음 편하게 먹고 친근감 있게 다가오면 그들 역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에 대해 “저한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준 친구이자 영화적 동지”라고 칭했다.

그는 ‘최민식에게 연기와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밤에 호프집에서 할 이야기를…”이라고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너무 깊게 들어왔어요. 이제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요. 연기는 제 삶이 돼 버렸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제대로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무서워져요. 극장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보러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 무섭더라고요. 결국 믿는 것은 저 자신밖에 없고 끊임없는 고민과 재무장을 해야 하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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