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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절대악 표현하고파…내 표정에 나도 놀랐죠”

이범수 “절대악 표현하고파…내 표정에 나도 놀랐죠”

입력 2014-07-01 00:00
업데이트 2014-07-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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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수’ 살수 역 열연

“영화 속에 바둑 두는 상대방이 패배를 직감하고 낙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너는 이제 죽었다’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깜짝 놀라서 ‘내게 저런 표정 있구나’라고 신기하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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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배우 이범수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악역에 도전한 배우 이범수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반세기 가까이 연기자 생활을 하며 실감 나는 연기로 극찬도 여러 번 받은 그는 여전히 자신을 ‘하수’라고 규정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이와 같은 치열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을 터다.

개봉을 앞둔 영화 ‘신의 한수’에서 ‘살수’ 역할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배우 이범수(44) 이야기다.

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범수는 “’절대악’으로서 살수를 혐오스러운 악인으로 보이도록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바둑’이 중심 소재로 쓰인 액션 영화 ‘신의 한수’는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 분)과 내기 바둑계의 최종보스 살수(이범수 분)가 벌이는 대결이 줄거리의 핵심 기둥이다.

극중에서 이범수는 잔혹한 악당으로 분해 복수를 꿈꾸는 태석과 맞붙어 시뻘건 피가 낭자한 선 굵은 복수극을 그린다. 이야기에 추진력을 더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복수의 주체인 태석의 몫이지만, 극 전반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오롯이 살수가 해낸다.

”새로운 악당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보통 악당을 떠올리면 원초적인 무식함과 투박함이 있잖아요. 하지만 살수는 냉정하고 예리하고 간결한 느낌이죠.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죠. 말로 떠버리기 보다 눈으로 말하는 차가움을 지녔으면서도 때로는 망설임 없는 자신감으로 과감히 살상하죠.”

그는 “살수는 살상을 즐긴다”면서 “시놉시스를 읽고 그가 ‘절대악’으로 행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부분이 영화적으로 매력이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극중 살수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이기에 어떤 때보다 미묘한 감정 연기가 중요했다. 또 바둑이 중심 소재이다 보니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섬세한 노력도 필요했을 것 같다.

이범수는 직접 손가락을 펼쳐 착수 동작을 재현하며 “가장 부드러운 곡선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수를 둔다는 미묘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중지와 약지로 돌을 잡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기적으로는 살수는 먼저 자신이 무엇인가 액션을 취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반응하는 형식이 많았다는 점이 독특했다”고 돌아봤다.

다만 한편으로는 ‘살수’가 어떤 배경을 지닌 인물인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아쉬움도 남긴다. 그는 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나는 아쉽지 않다. 오히려 설명되면 캐릭터가 평범해질 것”이라며 “외계인이 침략하는 SF영화에서 침략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 않나. 비슷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베테랑 연기자로서 그는 지금껏 캐릭터와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주인공 삼형제의 맏이로 활약 중이다.

”연기는 역할을 맡는 놀이니까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것은 즐거움이죠.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착한 역할을 맡은 저를 보면 측은함이 느껴질 때도 하고, 악역을 맡았을 때는 섬뜩함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영화와 TV드라마의 차이로 “드라마는 작업 과정에서 유동적인 부분이 많아 긴장과 스릴이 있다”고 짚으며 “장르와 상관없이 내가 마음껏 ‘플레이’할 공간이 많은 작품이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의 한수’에는 ‘세상은 하수에게는 지옥이고, 고수에게는 놀이터’라는 대사가 있다. 이범수에게 촬영장은 어떻게 느껴질까.

그는 “두 가지 모두”라며 “배우는 상처받기 쉬운 동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예민함을 즐기는 동물이기도 하다. 실제 감정과 연기 사이 균형을 잘 맞춰 나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가로세로 열아홉줄씩 그어져 있는 반상((盤上)에는 승리를 꿈꾸는 검은돌과 흰돌이 ‘행마’라는 형식으로 각자의 삶의 궤적을 그려 나간다. 흰돌과 검은돌 가운데 무엇이 더 마음에 끌리는지 물었다.

”검은돌에 끌려요. 더 좋은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하수가 검은돌을 쥐고 바둑을 둔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제가 아직 부족함이 많아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웃음)”

영화는 이달 2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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