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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KBS ‘참좋은 시절’

‘착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KBS ‘참좋은 시절’

입력 2014-05-27 00:00
업데이트 2014-05-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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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구성·느린 전개·조연에 묻힌 주인공…시청률 30% 힘겨워’반전’으로 현 상황 타개할 묘책 기대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가 뚜렷한 히트작 없이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특히 KBS 2TV 주말극 ‘참좋은 시절’에 아쉬운 시선이 쏠린다.

그나마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선굵은 스토리와 박력 있는 전개로 체면을 살려주고 있지만, 더욱 폭넓은 시청층을 겨냥하며 주말 저녁 시청자들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줘야 할 KBS 2TV 주말극은 이 시간대 웬만하면 나오는 시청률 30%도 힘겨워하고 있다.

’참좋은 시절’의 지난 24일 시청률은 22%, 25일 시청률은 27.5%였다. 주말 저녁 8시대는 KBS 2TV 드라마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시간대. 시청률 30%는 넘어야 ‘인기작’이라고 할 수 있고, 바람을 타면 40%도 어렵지 않은 시간대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시작한 ‘참좋은 시절’은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는 데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함을 보이며 3개월째 시청률 20%대에 머물고 있다.

◇ 뚜렷한 동력 부재…큰 줄기 없이 작은 이야기들 편재

무엇보다 뚜렷한 동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개천에서 난 용’이 첫사랑과 이어질 것인가가 큰 줄기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그 부분을 그리는 데 상당히 인색하다.

가난하고 멸시받던 집안 출신이지만 이제는 검사가 돼 금의환향한 강동석(이서진 분)과 경주 최고 부잣집 둘째 딸로 유학까지 갔지만 도중에 집안이 망하면서 귀국해 지금은 커피숍에서 일하는 신세로 전락한 차해원(김희선)이 결혼에 골인할 것인가가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

그러나 ‘참좋은 시절’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친절하게 비중을 할애하느라 정작 주인공인 강동석-차해원의 러브스토리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 연속극이 원래 조연들의 고른 활약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평등한’ 이야기 분배를 하면서 구성이 산만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그러느라 전개 역시 느려, LTE 시대에 우보(牛步)로 천리길을 가려한다는 인상을 준다.

등장인물은 엄마가 없거나 아버지가 없고, 이혼을 했거나 미혼부다. 가족 구성원의 부재는 자연히 많은 이야기를 생산한다. 또 쌍둥이가 세쌍이나 등장하고, 삼촌과 조카가 동년배라 부딪히는 사연도 많다. 사고로 정신연령이 어린시절에 멈춰버린 처녀, 침대에서 소·대변을 받아줘야하는 할아버지, 처첩의 한집살이 등도 이 드라마가 정리를 해줘야할 여러 ‘작은 이야기’들이다.

’참좋은 시절’은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수평적으로 배치하면서 주인공들이 조연에 묻혀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고, 사랑이든 복수든 용서든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확 이끌만한 큰 줄기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한마디로 ‘알싸한’ 한방이 없다.

◇ 아련한 감성 건드리지만’착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그럼에도 ‘참좋은 시절’을 꾸준히 보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착하다’ ‘도입부에 잡히는 스틸 컷이 정겨운 느낌을 준다’ ‘아역들이 귀엽다’ ‘이서진·김희선 두 주인공의 그림같은 투샷이 아름답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주를 배경으로 4대 여러 식구가 한집에 모여사는 서민층 대가족의 일상은 흔한 ‘막장 드라마’와는 선을 긋는다. 최근까지 오치수라는 악당을 배치해 긴장감을 조성하긴 했지만 그 카드도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지적을 낳기도 했다.

전작인 ‘왕가네 식구들’이 확성기를 켜놓고 고성방가를 하듯 강렬한 감정들을 자극하며 ‘막장’의 길을 대놓고 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참좋은 시절’은 제목처럼 ‘착한’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아예 ‘순진’할 정도다. 이 때문에 ‘왕가네 식구들’처럼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시청자의 입맛에는 ‘참좋은 시절’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러한 상대평가에 기대지 않더라도 ‘참좋은 시절’은 주말 8시 황금시간대의 프리미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일극이 아닌데 지나치게 ‘소소한’ 에피소드도 종종 나열하고 있고, 주인공들 간 사랑의 화학작용은 뜨뜻미지근한데 ‘민폐’ 캐릭터들이 곳곳에 산재해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이 아닌 지방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경주라는 무대가 기본적으로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지만 그 역시 어떤 신드롬을 일으키기에는 발화점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하나의 ‘설정’에 머물고 만다.

또 ‘막장’은 아니라지만 겹사돈이 추진되고 쌍둥이 형제간 애인이 맞바뀔 희한한 상황이 펼쳐지는 등 센 코드도 버젓이 놓여있으며, 주인공 집안을 뜯어보면 ‘콩가루 집안’이라는 점도 이 드라마에 마냥 ‘착하다’는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절반 정도 걸어왔기 때문에 ‘참좋은 시절’의 앞길에 반전이 놓여있을 수 있다. ‘착하다고 하기엔 아쉬운’ 현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기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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