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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밝힌 숭례문 복원 공사의 실상

감사원이 밝힌 숭례문 복원 공사의 실상

입력 2014-05-15 00:00
업데이트 2014-05-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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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원공사가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시작한 감사원의 문화재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 중 숭례문에서 문제로 삼은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단청과 기와, 그리고 지반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심각성을 드러낸 곳은 익히 알려진 대로 단청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시험시공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숭례문 복구자문단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공기(工期)에 맞추기 위해 시공법이나 내구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아교, 수간분채 사용)을 숭례문에 바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청장은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하자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아교와 화학접착제의 장력 차이로 단청 박락(벗겨짐)이 발생하고 심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발표 중에서 단청장이 화학접착제를 사용했다는 대목이 새롭다.

더불어 감사원은 복원에 사용하기로 한 수제 기와 규격을 숭례문 화재 전 지붕을 덮은 전통기와(암키와 490x370㎜, 수키와 440×220㎜)가 아닌 KS기와 규격(암키와 420x360㎜, 수키와 360x180㎜)으로 임의 변경·시공토록 함으로써 문화재는 원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문화재청에 대해 화재 전 규격의 기와로 교체토록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원래 규격의 전통기와를 사용해야 했지만, 문화재청에서는 복구자문단과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임의로 크기를 줄인 수제 기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감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원 발표에도 문제가 있다. 임의로 바꾼 기와 규격을 감사원은 공장에서 제작하는 “KS기와 규격”이라고 설명했지만, KS기와에 이런 규격은 없다. KS 규격 기와 중 대형인 대와는 암키와 기준으로 길이와 너비가 각각 390㎝와 330㎝이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대목 중에 이상한 점은 이런 기와 변경에 다소 뜬금없이 공장제 기와 제작업자가 등장한 대목이다.

감사원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내 문화재 복원현장에 사용하는 기와공급업체의 절대강자인 A기와 사장이 숭례문복구단을 찾아와 490㎝ 전통기와는 너무 크니 줄여야 한다고 해서 420㎝로 줄였다는 것이다.

이 공장제 제작업자는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원에는 공장제 기와가 아니라 전통식 수제 기와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을 때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사람이다. 더구나 그는 전통기와 제작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여하튼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숭례문 기와를 화재 전 규격의 기와로 교체토록 하라고 문화재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런 통보가 곧바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규격을 제외한 하자가 전연 발견되지 않은 멀쩡한 기와를 당장 뜯어낼 명분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이런 공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시 숭례문은 거대한 가림막을 치는 사태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자문단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서 종합된 의견을 토대로 문화재위원회에 부쳐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당장 기와 교체를 결정한다고 해도, 문화재위가 이를 따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건축 부재중에서 기와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능을 다하면 어차피 나중에 교체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재위는 현재 상태로 기와는 놔두었다가 나중의 어느 시점에 기와를 교체할 때 화재 이전 길이 490㎝ 기와로 교체한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이런 고민은 단청에도 해당한다. 단청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재시공을 통보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단청을 긁어내고 새로 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전통기법 단청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청 역시 새로운 기법이 개발될 때까지 당분간 그대로 갈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이 숭례문에 대해 지적한 마지막은 지반이다. 즉, 이번 복원 원칙이 조선 중기 이후 높아진 지반을 모두 걷어내기로 했음에도, 문화재청은 이를 무시한 채 시공 편의를 위해 일부만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흙을 걷어내면 된다는 점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다만 문화재청은 지반을 걷어내면 숭례문 아치형 문턱에 문지방이 드러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 장애인의 관람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반박한다.

감사원이 밝혀낸 이런 문제점들은 단청을 제외하고는 부실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컨대 기와 규격 문제만 해도 그것이 다른 규격의 기와를 썼다는 뜻이지,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부실한 복원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기와라고 하지만, 근현대 공장제 기와 이전에 실은 그것의 규격은 없다. 그때그때 다른 규격의 기와를 사용한 사실이 여타 다른 고건축에서 확연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숭례문만 해도 조선 초기 이래 어떤 규격의 기와를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번에 사용한 420㎝ 기와가 전통시대 기와 규격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

이들 세 가지 중 이미 현상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난 단청을 제외한 다른 두 가지 문제점은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스스로 밝혀낸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의 지적이 없던 대목이다.

그렇다면 숭례문을 둘러싸고 봇물 터뜨리듯 외부에서 제기한 다른 문제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이번에 사용한 전통제 기와가 동파될 위험성이 있다거나 흡수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감사원이 직접 의뢰한 분석 결과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또한 나무기둥 터짐도 부실한 목재 건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 역시 다른 전통 건축물에서 항용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밖에 석축 담도 녹물이 묻어나온다 해서 부실이라 했지만, 강회 다짐 등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숭례문 복원에 관여한 문화재청 직원들에 대해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부정기 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징계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문화재청에서 알아서 징계수위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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