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전 이야기…신간 ‘영국 전투’

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전 이야기…신간 ‘영국 전투’

입력 2014-04-10 00:00
업데이트 2014-04-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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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들이 마치 더운 여름날 오후의 모기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도르니에 폭격기 위로 Bf 109가 날고 있었다. (중략) 두 항공기의 날개 사이의 거리는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두 항공기는 그 상태로 수많은 항공기들이 얽히고설켜 끔찍한 혼전을 벌이는 속으로 뛰어들었다.”(105쪽)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은 잉글랜드 남부 해안의 제공권을 놓고 독일 공군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전을 벌였다. 그 해 7월부터 10월까지 영국은 1천963대, 독일은 2천550대의 항공기를 각각 투입했다.

영국은 544명의 승무원과 1천547대의 항공기를 잃었고, 독일은 승무원 2천698명이 사망했으며 피격된 항공기는 1천887대나 됐다. 불과 몇 개월의 전투에 양국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조리 소모한 일대 도박을 벌였다.

결국 영국은 독일군의 상륙을 저지했다. 덕분에 1년 뒤 미군이 참전할 때까지 시간을 벌었고, 4년 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최근 국내 번역된 ‘영국 전투’(원제: With Wings Like Eagles)는 당시 전투의 전개 과정을 치밀하게 더듬은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 매그덜린 칼리지를 졸업하고 영국 공군에서 복무한 저자 마이클 코다는 책에서 영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살펴본다.

독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약세인 영국 공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공군 전투기사령부가 철저하게 전쟁 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1936년 창설된 영국 공군 전투기사령부의 초대 사령관인 휴 다우딩에 주목했다. 영국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은 다우딩에게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다우딩은 전쟁에 앞서 공군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국의 차세대 전투기였던 스피트파이어와 허리케인이 가져야 할 기동력과 화력의 기준을 제시했고, 해안을 감시하는 ‘홈 체인’ 레이더망을 설치했다.

레이더에서 정보를 받아 일선 전투비행대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중앙 통제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방공체계까지 제안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저자는 다우딩에 대해 “미래의 공중전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정확하게 꿰뚫어 본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또 당시 전투가 발발하기 전 영국의 정치적, 기술적, 공업적 배경을 훑으며 독자에게 풍부한 지적 배경을 전한다.

다만 시종 역동적인 전투를 다룬 책임에도 관련 사진이나 지도, 도표 등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동훈 옮김. 열린책들. 352쪽. 2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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