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서 발견

연암 박지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서 발견

입력 2013-10-07 00:00
업데이트 2013-10-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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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감(翼鑑)’…김명호 교수 “연암이 썼을 가능성 매우 커”

조선 후기 문호이자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서 ‘익감(翼鑑)’의 필사본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의학 박사 양영(62)씨가 연암 박지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서 ‘익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의학 박사 양영(62)씨가 연암 박지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서 ‘익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의서 ‘익감’은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그 외의 어떠한 곳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한의학 서적이다. 연암 박지원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책의 형태는 B4 정도 크기의 한지 114쪽에 한자로 쓴 필사본이다. 책의 서문에 “제가고방(諸家古方)의 중요 내용을 뽑아서 이 책을 엮었다”라고 쓰여 있어 저자가 중국과 한국의 수많은 한의학 서적을 섭렵하고 중요 내용을 뽑아서 엮은 처방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서문에 이어 오장육부를 개관하고 12경보사약, 자모보사론, 약성시, 제병주약, 그리고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9개 분야의 병의 근원과 증상에 대한 처방이 있다.

끝에는 서애 유성룡이 쓴 의서 ‘침경요결’의 서문과 천지인물기후상응설, 간단한 경혈요주 혈 자리를 그려서 설명한 개요 부분이 첨부돼 있다.

한의학 박사 양영(62) 씨는 7일 “이 책은 한의사였던 증조부가 남긴 책”이라며 “증조부가 조부에게 의술을 전수하지 못하고 요절해 이후부터 집안에 내려오던 다른 책과 함께 묻혀 있다가 제게 전해졌다”고 입수경위를 소개했다.

그는 “2006년 퇴직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한의학을 공부하던 중 이 책이 한의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 번역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연암 박지원이 쓴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저자가 연암 박지원임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여럿 있다. 우선 서문 말미에는 “적계(赤鷄) 겨울에 연암산인(燕巖散人)이 머리말을 쓰다”라고 돼 있다.

연암 박지원 연구의 권위자인 김명호 서울대 교수는 “박지원을 제외하고 ‘연암’이라는 호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연암’이라 하지 않고 ‘연암산인’이라고 쓴 것이 생소하긴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호일 수 있고 ‘산인’ 정도는 충분히 붙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적계’를 육십갑자로 보면 정유년(1777년)인데, 연암이 홍국영의 세도 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현에 있는 연암협에서 은신한 때와 일치한다.

김 교수는 이외에도 서문 내용을 읽어보면 연암이 즐겨 쓰는 표현이 몇 가지 등장한다고 했다.

그는 “’옛것에 얽매여서 변화를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연암이 자주 쓰던 ‘법고창신(法古創新)’과 같은 뜻”이라며 “’병부재다(兵不在多)’, 즉 ‘병사가 많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연암이 잘 쓰던 말”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서문 자체를 보면 연암 박지원이 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연암 박지원이 한의서를 냈다는 자체도 주목할 만한 일이고, 개인적으로도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돼 무척 반갑다”고 말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마지막 장에 한의학 처방전을 따로 모아놓을 정도로 한의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연암의 연행 기록과는 무관하다 하여 지금까지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익감’은 ‘동의보감’을 보완한 책으로 보인다”면서 “’감’자는 ‘동의보감’을 가리키고 ‘익’자는 ‘보완하다’, ‘돕는다’는 뜻인데, 연암이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여러 의서를 읽고 중요한 내용을 뽑아서 만든 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 선비들은 기본 소양의 하나로 의서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연암이 황해도 연암협으로 들어갈 때 오래 살 생각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세상에 자신의 저작물로 알리기보다는 집안 내부에서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책을 편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익감’을 세상에 내놓은 양영 씨는 이 책을 번역한 ‘IKKAM’으로 미국 아메리칸 리버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출판사를 구하는 대로 이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영 씨는 “한자로 쓰인 중국의 약재 명을 보통 사람이라도 쉽게 산과 들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한글 이름으로 옮겼다”면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고 이를 돕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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