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감독,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3회 수상

리안 감독,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3회 수상

입력 2013-02-25 00:00
업데이트 2013-02-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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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이어 두번째 감독상..’와호장룡’으론 외국어영화상”시에시에, 나마스테” 다국어로 감사 인사..기립박수 받아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며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감독상 2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리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2006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을 때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계 감독이 수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01년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을 포함하면 총 3회 수상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누르고 얻은 결과여서 다소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스필버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링컨의 생애를 그린 영화 ‘링컨’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라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리안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식장의 모든 영화인들이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의 수상을 축하해줬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할리우드 배우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인도 출신의 신인 배우(수라즈 샤르마)와 호랑이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지만, 할리우드의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들은 이 거장 감독의 새로운 실험과 성취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듯했다.

리안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이에 화답해 “시에시에(謝謝.중국어 ‘감사합니다’), 나마스테(인도어 ‘안녕하세요’)”라고 다국어로 인사한 뒤 “영화의 신에게 감사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든 모든 사람들과 상을 나누고 싶다. 이 이야기의 힘을 믿고 긴 여정을 함께 해준 스태프에게 특히 감사하고, 원작자인 얀 마텔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국인 대만의 촬영 지원에 고마워하며 “대만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에서 난파를 당해 구명보트에 살아남은 인도 소년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3D와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리며 “’아바타’ 이후 최고의 3D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단순히 기술의 현란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종교와 철학의 깊은 주제를 녹여 한편의 영상 시(時)를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동양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섬세한 감성의 영상 연출은 리안 감독이 다른 할리우드 감독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158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흥분과 감동을 안겼다. 특히 국내 영화인들과 기자,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열렬한 찬사를 받은 작품 중 하나였고, 아카데미 수상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때문에 리안 감독의 두 번째 감독상 수상 소식에 국내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리안 감독은 = 1954년 대만 출생으로 뉴욕대에서 예술학 석사를, 일리노이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받고 1992년 대만으로 돌아와 첫 영화 ‘쿵후선생’을 만들어 데뷔했다. 이후 영화 ‘결혼피로연’이 199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1994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 초대된 ‘음식남녀’에 이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영화화한 ‘센스, 센서빌리티’로 뉴욕비평가협회 감독상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함께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이어 저우룬파와 장쯔이가 주연한 ‘와호장룡’으로 2001년 골드글로브 감독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이를 발판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과 손잡고 블록버스터 ‘헐크’를 선보였다. 이미 만화와 TV 시리즈로 익숙한 헐크의 캐릭터를 독특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기대만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으며 다시 장인의 솜씨를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특히 리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일반인에게 낯선 동성애라는 소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호평받았다.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작품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히스 레저를 명배우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어 2007년 ‘색, 계’로 다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이 시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파격적인 성애 묘사와 중국의 민감한 역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여러 가지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며 국내에서도 19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중국 배우 탕웨이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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