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임신부 스트레스 손자세대까지 이어져”

“광주항쟁 임신부 스트레스 손자세대까지 이어져”

입력 2013-02-14 00:00
업데이트 2013-02-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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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서울대 교수 분석, “신체적 외상 입지 않은 광주시민도 피해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임신부가 겪은 스트레스가 자녀 세대를 거쳐 손자 세대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나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 경제사 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 ‘1980년 광주항쟁으로 인한 태아기 스트레스가 후속세대의 건강에 미친 효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이 교수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태아기를 보낸 여성들의 출산 기록을 바탕으로 임신부들이 겪은 스트레스가 자녀 세대를 거쳐 손자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광주에서 태아기를 보낸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들이 그렇지 않은 신생아들에 비해 임신 기간이 짧고, 출생 당시 체중이 가벼웠으며 저체중(2.5kg 미만) 출산과 조산(37주 미만 출산)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중기에 태아가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이 태아가 성장해 낳은 자녀의 출생 결과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태아기 스트레스 경험이 자녀의 출생 결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딸보다 아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을 통제해도 부모의 태아기 광주항쟁 경험이 자녀의 출생 결과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스트레스의 세대 간 전이가 사회경제적인 요인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이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서 임신부들이 겪게 된 스트레스가 두 번째 세대(손자와 손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드문 증거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광주항쟁으로 인해 신체적인 외상을 입지 않은 시민의 상당수도 이 폭력적인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앞서 지난해 태아기에 겪은 한국전쟁의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 건강과 사회경제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연구논문 ‘태아기 한국전쟁 경험이 건강과 경제적 성과에 미친 장기적 효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50년 여름부터 1951년 봄 사이 한국전쟁의 피해가 가장 컸던 기간에 태아기를 보낸 세대는 그 이전 세대 또는 그 이후 세대에 비해 교육을 덜 받았고 직업의 질도 낮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국전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말할 때 보통 몇 명이 죽고 다쳤는지, 또 건물은 얼마나 부서졌는지 이야기하는데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경험한 어려움도 봐야 한다”면서 “광주민주화운동도 전쟁과 비슷한 폭력 사태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광주 시민 상당수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경험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논문 ‘태아기 한국전쟁 경험이 건강과 경제적 성과에 미친 장기적 효과’는 국제 학술지(Journal of Health Economics) 게재 심사를 거쳐 현재 수정보완 작업 중에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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