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위 발표한 베네딕토 16세와 한국 천주교

퇴위 발표한 베네딕토 16세와 한국 천주교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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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을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는 비교적 풍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2006년 2월 당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을 우리나라 두번째 추기경으로 임명한 데 이어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자 애도를 표명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무엇보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청 장관 재직 시절에 펴냈고 2000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이 땅의 소금’(가톨릭출판사)은 한국에 대한 이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다.

베네딕토 16세는 ‘한국 독자들에게 부치는 추기경의 서문’에서 “한국의 교회는 내부로부터, 외부로부터 그리고 위로부터 탄생하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천주교의 어제와 오늘을 서술했다.

교황은 “한국 교회의 첫 단계는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밖에서 도입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통해 부르심으로써 주님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영혼 안에 직접 일깨우시고, 하느님의 말씀이 씨앗이 되어 그 씨앗에서 직접 움터오르면서 한국 교회의 첫 단계가 열리게 됐다”고 썼다.

이어 “이렇듯 자체적으로 움튼 신앙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 지 약 반세기가 지난 후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왔고, 그들은 한국의 평신도 공동체를 가톨릭 교회의 거대한 몸통에 접합시킴으로써 한국 교회를 정식 교회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는 특히 “한국 가톨릭 교회는 독재 치하에서 인권과 자유의 보루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 265대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6세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74년 국내에 번역·소개된 신앙서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분도출판사)을 통해서였다.

국내 가톨릭 여성 신학자 1호인 김정희 전남대 사범대학 국민윤리교육과 명예 교수는 1991년 마리아 신앙의 핵심을 새로이 깨닫게 하고, 마리아 안에서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를 제시하는 교황의 저서 ‘시온의 딸’(바오로딸)을 출간하기도 했다.

신학자로도 이름 높은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2006년과 2010년에 낸 ‘나자렛 예수’ 1·2권은 박상래·이진수 신부가 각각 번역해 최근 국내에 출간됐으며, 작년 8월 탈고한 3권은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교황과 친분이 가장 두터운 사람으로 꼽히는 전남대 정종휴 교수는 “번역서마다 한국인을 위한 서문을 따로 써주실 정도로 새 교황이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사정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소식을 접한 한국 천주교는 다소 당황한 가운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기 교황을 뽑는 선거권은 80세 미만 추기경만 가지며, 정진석 추기경은 80세가 넘어 선거권이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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