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시·수필, 이광수 단편소설 발굴

이상화 시·수필, 이광수 단편소설 발굴

입력 2013-02-06 00:00
업데이트 2013-0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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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저항시인 이상화(1901-1943)의 시와 수필이 새롭게 발견됐다.

근대서지학회는 반년간 잡지 ‘근대서지’ 최신호(6호)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상화 시인의 시 두 편과 수필 한 편을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잡지 ‘문예운동’ 2호에 발표된 ‘설어운 調和(서러운 조화)’와 ‘머-ㄴ 企待(먼 기대)’ 등 시 두 편과 수필 ‘心境一枚(심경일매)’다.

’문예운동’은 1926년 1월부터 그해 6월까지 통권 3호가 발간된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준기관지.

이상화는 1922년 1월 백조 창간호에 ‘말세의 희탄’을 처음 발표한 이래 1943년 별세하기 전까지 시, 수필, 평론 등 69편 정도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중 43편의 작품을 1925년과 1926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설어운 調和’와 ‘머-ㄴ 企待’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했던 시대와 마주해야만 했던 시인의 답답한 내면이 형상화돼 있다.

염철 경북대 강의교수는 특히 ‘설어운 調和’에서 “’한울’(하늘)은 땅과 마찬가지로 가위에 눌리는 힘없는 존재로 인식될 뿐”이라면서 “제목 ‘설어운 調和’는 이처럼 힘이 없어서 가위에 눌릴 수밖에 없는 하늘과 땅의 서러운 처지를 두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은봄 말업는 한울은(이른 봄 말없는 하늘은)/한숨을 지여보아도 나즌텬정과가티 가위만눌린다.(한숨을 지어보아도 낮은 천장과 같이 가위만 눌린다)(중략) 일은봄 힘업는 이땅은(이른 봄 힘없는 이땅은)/발버둥을 쳐보아도 죽은무덤과가티 가위만눌린다.(발버둥을 쳐보아도 죽은 무덤과 같이 가위만 눌린다)”(’설어운 調和’ 중)

수필 ‘심경일매’에서 이상화는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서술하면서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염 교수는 해석했다.

염 교수는 “새로 발굴된 이상화의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문예운동’에 참여한 동기가 이념적 차원에 있다기보다는 ‘생활의 문학’이라는 자신의 문학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그가 말하는 ‘생활의 문학’이란 곧 생활과 시가 일치하는 세계를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것(생활과 시가 일치하는 세계)은 추구하면 할수록 시인의 내면을 더욱 더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예운동’ 참여 전후의 이상화는 다수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자신의 문학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평했다.

근대서지학회 편집위원인 서지학자 오영식(보성고교 교사) 씨는 발간사에서 이상화의 시는 60편이 넘지 않는데 “두 편의 시를, 그것도 그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1926년 발표작을 찾아낸 것은 快事(쾌사)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가 1940년대 한글로 발표한 단편소설도 발굴됐다.

새롭게 발굴된 작품은 일제강점기 선전잡지 ‘방송지우’와 ‘일본부인’(조선판)에 발표한 단편소설 ‘면화’와 ‘反轉(반전)’ 등 두 편이다.

’방송지우’는 조선방송협회가 일제의 전시 특별 방송 지침에 따라 1943년 1월 창간해 종전 직전까지 발간한 선전잡지이며, ‘일본부인’(조선판)은 대일본부인회 조선본부가 전시 여성 동원을 목적으로 펴낸 잡지다.

이광수는 ‘방송지우’와 ‘일본부인’(조선판)에 친일 협력 소설을 발표했다.

최주한 경기대 강사는 “’방송지우’와 ‘일본부인’(조선판) 소재 이광수의 단편들은 전쟁 동원을 위한 선전계몽 잡지에 게재된 것인 만큼 기본적으로 시국 협력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 단편은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과 더불어 ‘한국 근대 문학사의 공백기’로 간주되고 있는 시기에 ‘조선어’로 쓰인 것이라는 점에서, 전면적 언어통제 시기 조선어로 쓰인 문학이 가질 법한 각별한 위상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강사는 이광수가 ‘말해야만 하는 것’과 ‘말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취하는 글쓰기를 했다고 분석했다.

이광수가 일본 당국이나 일본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고 ‘전향자’의 입장에서 ‘말해야만 하는 것’을 위주로 글을 썼지만, 조선인 독자를 대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조선어로 은밀하게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지우’ 창간호에 실린 ‘면화’.

최 강사는 “면화는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옷감인 무명베의 원료”라면서 소설에 나오는 ‘천년만년 솜씨를 잊지 않고 피는 꽃’이란 표현은 “이광수가 조선의 독자들을 향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 곧 면면히 이어져 온 조선의 문화는 언제고 다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볼 것임을 은밀하게 전하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광수가 이 무렵 분명히 일제에 협력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이광수의 글쓰기를 단일한 목소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이 무렵의 이광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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