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그러나 내 안에 있을 것 같은

기괴한, 그러나 내 안에 있을 것 같은

입력 2012-12-22 00:00
수정 2012-12-22 00: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박승예 개인전 ‘피어리스… ’

제목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너무 유혹적이어서 거부할 수 없는’이라는 의미로 ‘이리지스터블’(irresistable)이라고 붙여 뒀다. 진짜 그렇다. 손등을 꼬집고 있어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욕망에 찬 눈은 기어코 피사체를 쫓아간다. 그런데 사람 눈이 원래 4개던가. 그럴 리 없다.

이미지 확대


27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압생트에서 열리는 박승예 작가의 개인전 ‘피어리스 크리에이션’에 나온 작품 속 인물들은 다들 이렇게 기괴한 분위기다. 제목 그대로다. 두려움 없이, 망설임 없이 작가의 내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욕망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다 토해 냈다. 종이에다 볼펜을 동글동글 휘저어 작업하기 때문에 그 욕망이나 느낌의 날것 그대로의 맛이 더 진하게 살아난다.

그래서 작품이 정말 기괴한 것은 작가가 인물을 묘사해 표현하는 방식 때문이 아니다. 인물은 현실에 도대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기괴한 존재임에도 막상 그림 앞에서는 내 안에도 저런 모습이 있을 것만 같은 상상력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그게 가장 기괴하다면 기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령 사람에게 개한테나 씌우는 마스크를 덮어 뒀는데 이게 뭔가 하고 들여다보면 그 사람 입이 진짜 불도그 입처럼 그려져 있다. 자기의 어떤 한 모습을 딱 집어낸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자기 얼굴을 가장 깊이 있게 그려서 다른 사람의 얼굴까지 그려 내는 데 성공했다고 표현한다면 어떨까. (02)548-766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12-22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