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양방언
그동안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작곡가와 연주자로서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는 탓에 사투리 같은 말투가 묻어나지만 입담도 좋아 관객들을 꽤 웃기기도 한다. 어느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는다면, 그 인기도와 신뢰감에 일단 기본은 깔고 갈 터다. 그래서 제안은 많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그런 그가 국립극장이 준비한 우리음악 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여우락)의 예술감독이 됐다. “내게 맞는지, 무엇보다도 우리 음악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따진다.”는 그의 평소 지론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술감독 양방언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양방언(52)에게 ‘여우락’ 구상을 묻자 먼저 “국악이라는 말보다 ‘우리 음악’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국악 하면 떠오르는 옛 음악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 음악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이게 우리 음악이다’라는 정형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예술양식들과 접점을 찾고 변화를 모색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했다. 지루하다던가 어렵다라는, 또는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선입견 자체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이 부드럽게 승화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앞으로 3년의 ‘여우락’은 그것을 지향점으로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적극적으로 ‘섭외한’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그에게 3년이라는 ‘장기 계약 예술감독’을 요청했기 때문에 그도 다음, 그 다음을 고민 중이다. 한데 너무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면 이게 무슨 우리 음악이냐는 반감을 사지 않을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것조차 우리 음악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내는 시작이라고 본다.”고 했다. 우리 음악이 어떤 것인가, 무엇을 우리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우리 음악의 만듦새와 모양새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시간이길 바란다는 설명을 더했다.
●“이번 축제에서 출연자들과 어떤 짓을 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그는 ‘여우락’ 이외에도 많은 작업에 묻혀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을 만든 기획사 에이콤에서 새 작품 ‘몽유도원도’ 음악 작업을 의뢰받았고, 중국 정부가 유럽 개봉을 목표로 만드는 영화의 음악을 맡았다. 8월에는 중국 상하이교향악단과 영화음악 녹음을 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업체의 배경음악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정도면 두뇌 회로가 엉킬 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즐겁다는 표정이다. “안 그러면 재미없어요. 계속 하던 것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라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은둔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만난다. 일본에서도 머리를 식히러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쿄로 나와 친구를 만나고 공연을 본다고 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이유다.
“예술감독의 역할이라는 게, 음악가로서 관객으로서 두루 좋아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고 정의를 내린 그는 “이번 축제에서 출연자들과 어떤 짓을 할 수 있을지, 나조차도 궁금하다.”면서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우락’에는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3일부터 21일까지 12개 공연이 준비돼 있다. 양방언은 마지막 날 대미를 장식하는 ‘여우락콘서트’를 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7-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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