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유럽 실용가구들 고수 수집가 12명 애장품 전시회

20세기 초 미·유럽 실용가구들 고수 수집가 12명 애장품 전시회

입력 2012-03-24 00:00
수정 2012-03-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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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서 5월 6일까지

“저런 의자, 굳이 그렇게 비싼 돈 들여 살 게 뭐 있어요. 10만원이면 요즘 나온 더 좋은 의자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저런 건 우리 같은 마니아들이 사는 거지, 일반 사람들에겐 필요없어요. 빈티지? 그런 건 황산에 약간 담갔다 꺼내면 돼요.”

1세대 가구 컬렉터이자 컬렉터 중의 컬렉터로 꼽히는 김명한(61) 아지오 대표의 입은 걸쭉했다. 김 대표는 레스토랑 아지오의 인기를 바탕으로 홍대 앞에 카페 aA와 aA디자인뮤지엄까지 운영하고 있다. 홍대 문화, 카페 문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그다.

그런 그가 “요즘 컬렉팅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유가 웃긴다. “컬렉팅 오래 열심히 하는 비법이 뭔지 아세요. 마누라를 잘 속여야 해요. 그런데 늙으니까 이제 머리가 안 돌아가서 속이질 못하겠어요.” 다른 이유도 있다. “오래 묵은 가구들은 세월의 힘에서 나오는 기운이 있어요. 젊었을 땐 몰랐는데 늙으니까 힘이 들어요.”

농반진반 우스개를 늘어놓다가 진짜 얘기를 한다. “요즘 컬렉터들이 너무 많아 손댈 수가 없어요. 한국 사람들이 유럽 시장을 휘저어놔서 매년 가격이 30%씩이나 올라요. 예전에는 눈 밝은 사람이 임자였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아요.” 안목의 값이 떨어졌다는 불만이다.

5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디자인, 컬렉션, 플리마켓’전이 열린다. 김 대표를 비롯해 구자영 레스토랑 그안 대표, 김효진 덴스크 대표, 마영범 소 갤러리 대표, 배상필 디오피스 대표 등 서로가 서로의 안목을 알아본다는 12명의 고수급 가구 컬렉터들의 소장품들을 전시했다. 이 작품들을 보면 김 대표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이라고 해서 고상하고 우아하거나 비싼 작품을 들여놨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굉장히 단순하면서 실용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미국, 영국, 독일 등지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들도 많다. 해서 처음에는 언뜻 눈에 차지 않는데 계속 보면 편안하고 아늑해지는 가구들이 가득하다.

1층 전시장을 채운 구자영 대표의 소장품이 한 예다. 바닥에는 프랑스제 나무토막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프랑스제라고 나무들이 프랑스스럽게 생기진 않았다. 그냥 묵묵하게 바닥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 위 카페 분위기로 의자와 탁자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처음 보면 심심하다.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대량 생산된, 아연도금강판으로 만든 톨릭스 의자와 탁자들이다. 구 대표는 그게 참맛이라 했다. “작품 자체는 절대 잘난 척하지 않으면서도 어디 가져다 놔도 그 공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묘한 힘이 있어요.”

김 대표가 내놓은 작품도 마찬가지. 영국 중산층에서 흔히 쓰던 가구다.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교외에 자그만 별장 지을 때 들여놓는,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가장 영원하다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돈에 휘둘리는 시장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이런 공간인 만큼 누구나 앉아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의자와 탁자를 차지하고 앉아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다. (02)720-511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3-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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