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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점퍼에 열광하는 10대에게

노스페이스 점퍼에 열광하는 10대에게

입력 2012-03-12 00:00
업데이트 201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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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Just do it’(나이키),‘ Impossible is Nothing’(아디다스) 등 광고문구만 들어도 ‘아, 그 스포츠 신발 브랜드!’하고 가슴 설렜던 기억,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게다. 지금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제2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학생들의 계급을 가른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청소년 세계에서 유명 브랜드 옷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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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반의 신발’은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연극이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영국 국립극장이 최고 인기 작가인 팀 크라우치에게 의뢰해 만든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다. 호주, 독일 등에서도 선보였으며 지난해 한국에서도 초연돼 ‘한국평론가협회가 선정한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쉬반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신발에 반감을 갖고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명품 제조 회사를 비난하며 청소년 사회운동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중학교 2학년 소녀이다. 반면 쉬반이 짝사랑하는 같은 반 친구 숀은 ‘신발은 곧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브랜드마다 지닌 신발의 의미가 각기 다르다.’는 신념을 지닌 신발 마니아다. 그의 방안에 진열된 운동화만 자그마치 60켤레다.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아 첫 데이트에 나선다. 첫 데이트를 성사시킨 건 역시 신발이다. 길 한가운데 놓여있던 강아지 똥에 숀의 신발이 박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들은 옥신각신 다투다 데이트까지 하게 된다. 숀은 쉬반과의 첫 데이트에서도 신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쉬반은 인생에서 신발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숀에게 보여주겠다고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쉬반은 숀의 명품 브랜드 신발을 뺏어 전깃줄에 걸어 버린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의 낡은 운동화도 숀의 운동화 옆자리에 걸어 버린다. 끝내 쉬반과 숀은 맨발로 함께 거닐며 극은 마무리된다.

 쉬반은 ‘신발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결코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야말로 정체성의 가장 확실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숀은 물론, 관객에게 전달한다.

 극 안에 등장하는 숀과 쉬반, 그리고 그들의 가족 등 많은 캐릭터들은 배우 전현아 혼자 소화해 낸다. 1인 모노극이기 때문이다. 전현아는 해설자(Story teller)로도 활약한다. 극에는 26켤레의 신발이 등장한다. 신발을 신은 사람이 없는데도 신발의 사이즈와 디자인, 놓여지는 위치 등을 통해 인물이 세밀하게 묘사되는데, 참 인상적이다.

 쉬반은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만~3만원. (02)580-130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2-03-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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