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는 반역죄로 죽었다” 정병설 교수 주장

“사도세자는 반역죄로 죽었다” 정병설 교수 주장

입력 2012-02-21 00:00
업데이트 2012-02-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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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설 교수 신간 ‘권력과 인간’서 주장 이덕일 소장 “한중록 100% 믿을 수 없어” 반박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전대미문의 참극.

비극의 주인공은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다.

아버지는 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을까. 조선왕조 최대의 비극으로 꼽히는 사도세자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학계에선 그동안 사도세자가 미쳐서 영조가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광증설’과 사도세자가 우수한 자질을 가졌지만 집권층인 노론 세력에 맞서다 억울하게 죽었다는 ‘당쟁희생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두 가지 가설 모두 확고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사도세자가 영조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하나 추가됐다.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신간 ‘권력과 인간’에서 ‘한중록’ 등 사료를 근거로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한중록’을 꼼꼼히 읽으면 세자의 반역이 보인다”면서 “다른 사료들도 이 사실을 뒷받침하지만 관련 사료가 워낙 완곡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반역을 명확하게 읽어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정 교수는 ‘한중록’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이재난고’ ‘현고기’ ‘대천록’ 등 역사서와 개인 문집 등 사료를 바탕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또 출신 콤플렉스로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걸핏하면 분노했던 영조, 그런 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평생 쓸쓸히 살았던 왕비 정성왕후, 세자를 낳은 여자에 불과했던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 등 주변 인물들의 역학관계를 조명하며 사도세자 죽음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에 진지하게 접근한다.

정 교수는 우선 사도세자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밥 먹기를 좋아하고 책은 싫어한 ‘뚱보 아이’였다.

이런 세자의 모습은 영조의 눈에 차지 않았다. 성격적으로 아버지와 잘 맞지 않았던 사도세자는 영조 앞에서 움츠러들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정 교수는 “누구라도 이 정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면서 “최근에는 사도세자의 광증을 보여주는 사료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영조가 쓴 ‘폐세자반교’, 사도세자 묘지명, 사도세자가 장인에게 보낸 편지, 정조가 사돈 김조순에게 전한 말 등을 사도세자의 광증을 보여주는 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사도세자가 미쳤기 때문에 영조가 그를 죽인 것이 아니라 사도세자가 자신을 죽이려 했기 때문에 영조로서도 아들을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정 교수는 “뒤주에 가두기 하루 이틀 전 밤에 세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칼을 들고 자기 궁궐로 오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죽였다”면서 “세자는 반역죄로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정 교수가 지난해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한 글을 토대로 집필한 것이다.

저서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에서 당쟁희생설을 주장했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을 비판했던 정 교수는 머리말에 책 제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학설이라고 어떤 말이든 아무렇게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쟁희생설을 세상에 널리 알린) 그 책은 사도세자를 신원하겠다는 목적만 앞세우고 역사적 사실은 편의적으로 왜곡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덕일 소장은 “역사를 다루려면 1차 사료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며 철저하게 사료 비판을 해야 한다”면서 “정 교수가 제시하는 1차 사료인 ‘한중록’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혜경궁 홍씨 집안)의 기록으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쓰인 것이어서 100% 다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학동네 펴냄. 428쪽. 2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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