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서 출신 오페라 테너 조용갑씨
“가난을 원망했고 돈을 벌려고 권투 도장에서 스파링 파트너를 하기도 했습니다. 거칠게만 살아온 제가 성악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프로복서 출신 오페라 테너 조용갑씨
프로전적 9전 5승, 1990년대 중반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른 프로복서 출신 오페라 테너 조용갑(41)씨는 요즘 오페라 무대에 오르기 전 항상 복싱으로 몸을 풀곤 한다.
1970년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 신문팔이를 비롯해 세차, 배달, 호떡장사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늘 배가 고팠고 사고도 많이 저질러 문제아로 불리곤 했다는 조씨는 매사에 부정적이었고 불만투성이의 청년이었다.
18살 때 불량 청소년들로부터 매맞은 것을 복수하기 위해, 또 돈을 벌기 위해 권투 체육관에서 스파링 상대역으로 복싱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다가 프로 복서로 데뷔까지 하게 됐다.
부모님의 걱정 속에서도 프로복서 생활을 이어나가며 9전 5승의 기록에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렀다.
프로복서로 살던 그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온 것은 바로 교회에서였다.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를 본 목사는 “재능이 있다”며 노래공부를 권유했고 그의 지원에 따라 1997년 27세의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조수미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a) 학교를 다니고 세계적인 테너 거장 잔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에게 사사받기까지 하루에 10시간 이상 파바로티의 테이프를 사다 홀로 연습했다.
이후 재능을 인정받아 2000년 ‘라보엠’의 주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한 데에 이어 300여회 이상 오페라 주역을 맡고 20여회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동양의 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받는 등 정상급 테너로 자리 잡은 그는 14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지난 10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 ‘토스카’의 테너 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으로 국내 첫 무대에 섰다.
또 지난달 10~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팔리아치’의 주인공 카니오를 맡아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오는 22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리는 ‘동감’ 콘서트 무대에 설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베르디 오페라 ‘오셀로’를 이탈리아 국립극장(Venezia ‘La Fenice’)과 서울에서 각각 공연한다.
조씨는 “가정 형편으로 인해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해 제대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꿈을 접는 사람이 있다”며 “분명 힘든 시기도 있지만 결국 기회라는 것은 오게 마련이니 꿈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재능이 있지만 환경이 어려워 음악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무료 레슨을 해주고 유학까지 후원할 정도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