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개 사랑’으로 외로움 달랬나

사도세자 ‘개 사랑’으로 외로움 달랬나

입력 2011-12-05 00:00
업데이트 2011-12-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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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에는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개 그림이 한 점 있다.

작은 개 두 마리가 큰 개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뭔가 좀 이상하다. 큰 개의 표정 때문이다. 작은 개는 기쁜 듯 반가운 듯 큰 개를 향해 달려오지만 큰 개는 무관심한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이 그림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 교수는 계간 ‘문헌과해석’에 발표할 ‘궁궐의 개, 사도세자의 개’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사도세자의 ‘개 그림’은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신인 궁중유물전시관의 도록인 ‘조선왕실그림’(1996)에 사도세자의 그림으로 전한다는 설명이 있을 뿐”이라면서 하지만 “큰 개를 향해 반갑게 달려가는 작은 개와 무덤덤한 큰 개가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사도세자의 개 그림에 나오는 큰 개의 모습에 주목한다.

유난히 긴 주둥이, 얼룩무늬, 복슬복슬한 털, 날렵한 몸매와 다리, 긴 꼬리. 정 교수는 이 개를 “이국종(異國種.외국 품종) 사냥개”로 추정했다.

아버지 영조 때문에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도세자가 사신들이 청나라에서 가져온 멋진 사냥개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라는 게 정 교수의 추론이다.

정 교수는 또 “외국 품종의 개들이 이 무렵 여러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이 관심을 끈다”면서 특히 이런 개 그림은 사도세자 주변의 궁중 화원이었던 김두량, 변상벽 등에 의해 주로 그려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18세기 중반 궁궐 주변에서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품종의 개들이 자주 그려졌는지 흥미로운 일”이라면서 “화가들이 사도세자의 명을 받아서 세자의 개를 그리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정황만으로 추정해본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개는 방범, 사냥, 식용, 약용, 모피 등 5가지 용도로 활용됐다. 특히 궁궐에서는 약용으로 개를 길렀으며 사도세자의 개그림이 그려진 시기에도 궁궐에서 개를 키웠던 사실이 확인된다고 정 교수는 소개했다.

그는 “사도세자가 한창 그림에 관심을 뒀던 1740년대 후반부터 1750년대 사이에 공교롭게도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개와 유사한 품종의 개를 그린 그림이 궁궐 또는 그 주변에서 많이 나왔다”면서 “여러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보여준 특별한 관심은 그 개가 특별한 개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낳는다”며 그 개가 혹시 사도세자의 애견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도세자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그의 문집에는 그림에 대한 시문이 몇 편 실려 있다. 또 정조가 태어날 때 태몽에서 본 용을 그림으로 그려 정조가 태어난 경춘전에 붙여두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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