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오빠가 돌아왔다’

[연극리뷰] ‘오빠가 돌아왔다’

입력 2010-03-15 00:00
업데이트 2010-03-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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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패밀리의 코믹명랑 화해기

“다른 집은 담 타넘어 가야 되는데 가족은 그냥 문 따고 들어오잖아. 그러니까 언제든지 변심하고 작심하면 일낼 수 있어. 무서운 거지.”(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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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때론 남보다 못한 것이 가족이라고 했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관계가 단절되고 파괴된 가족 해체시대의 해법을 찾아가는 한 가족의 웃지 못할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뜻 들으면 복고풍의 신파조 연극 같지만, 작품은 코믹하고 명랑한 수준을 넘어 페이소스마저 느껴진다.

무위도식에 술주정을 일삼는 아버지, 남편의 무능력함을 참지 못하고 가출한 어머니,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이 불러온 폭력 때문에 집 나간 오빠. 제대로된 가족 구성원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는 스무살 오빠가 열여덟살 여자친구를 데리고 4년만에 집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이 집의 유일한 ‘중재자’인 중학생 딸 경선의 눈에는 가족이 상처를 감싸고 치유하는 관계가 아니라 쫓고 쫓기는 정글의 먹이사슬처럼 보일 뿐이다. 작품은 가족이라는 일상적인 보편성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성이 살아있는 인물 캐릭터와 살아있는 대사로 극에 입체감을 불어 넣는다.

●이한위·이문식 등 맛깔연기 일품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마리화나’, ‘강철왕’, ‘락희맨쇼’ 등의 작품에서 감각적인 웃음을 선보였던 고선웅 연출은 원맨 브라스밴드에 코믹 댄스를 가미해 극의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역의 이한위와 이문식을 비롯해 황영희, 류혜린 등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극은 언제까지나 갈등하고 반목할 것만 같았던 가족들이 야유회를 통해 화합을 도모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또다시 시작된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인해 모처럼만의 화해 자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이처럼 ‘오빠가 돌아왔다’는 억지로 가족의 치유를 이야기하기 보다 이들의 불편한 동거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이 시대 가족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되묻는다.

●불편한 동거 적나라하게 보여주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원작의 다소 냉소적인 정서와는 달리 TV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보는 것처럼 재치있는 구성과 음악,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결말을 통해 가족의 재결합을 이야기하면서 속도감이 줄어들고 집중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고선웅 연출은 “돌아온 오빠를 구심점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면서 “모든 관계가 부서지고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의 가족 풍토를 환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3-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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