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벌꿀’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벌꿀’

입력 2010-02-21 00:00
업데이트 2010-02-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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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발(벌꿀·Honey)’이 제6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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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한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AP=연합뉴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한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AP=연합뉴스)


베르너 헤르초크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20일 복합 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거행된 시상식에서 생계를 위해 꿀을 채집하는 아버지가 실종되자 숲 속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의 ‘발’이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카플라노글루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금곰상 선정에 감사를 표시한 뒤 위협받는 터키의 자연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작품을 찍은 곳은 놀라운 풍광을 지닌 지역이지만 수력발전소 개발 계획 때문에 곧 파괴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곳의 환경도 보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올해 베를린 영화제의 주제인 가족의 이별과 재회에 잘 부합하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2001년부터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디터 코슬릭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독일 통일 20년째인 올해 우리는 사회적 환경으로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다시 만나는지에 관한 얘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었다.

7세 소년 ‘유수프’의 생활을 다룬 카플라노글루 감독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발’에서 보라 알타스는 학교 성적은 뒤떨어지지만, 아버지와 꿀 따러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꿈많은 소년 유수프로 분했다.

어버지 야쿱은 숲 속의 나무 꼭대기에 벌통을 만들어 놓았지만 어느 날 벌이 모두 사라지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숲 속의 더 깊은 곳까지 꿀을 채집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궤적을 찾으려다 실패한 유수프는 결국 혼자 미지의 세계로 아버지를 찾아나서게 된다.

지난 11일 개막한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문 초청작 26편 중 금곰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작품은 20편이었다.

은곰상인 감독상은 ‘고스트 라이터’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수상했다. 그러나 33년 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스위스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있는 폴란스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로터트 벤무사 프로듀서가 상을 대신 받았다.

역시 은곰상인 심사의원 대상은 플로린 세르반(루마니아) 감독의 스릴러 ‘휘파람을 불고 싶으면 불지(If I Want To Whistle, I Whistle)’가 차지했다. 세르반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동유럽 공산권 봉괴 과정의 불확실성과 긴장에 맞서는 18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뤘다.

남우주연상은 알렉세이 포포그레브스키(러시아) 감독의 ‘이번 여름은 어떻게 끝났다(How I Ended This Summer)’에 출연한 그리고리 도브리긴과 세르게이 푸스케팔리스가 공동 수상했다.

여우 주연상은 일본 와카마츠 코지(若松孝二) 감독의 ‘캐터필러(Caterpillar)’에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불구가 된 남성의 아내 역할을 맡은 테라지마 시노부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이번 영화제에서 장편 경쟁 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했으나 단편 경쟁과 파노라마, 포럼 등 부문에 8편을 출품했다.

정유미 감독의 ‘수학시험’과 이란희 감독의 ‘파마’는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소상민 감독의 ‘나는 곤경에 처했다’와 류형기 감독의 ‘너와 나의 21세기’는 나란히 포럼 부문에 포함됐다.

프랑스에 입양된 한국인 감독 우니르 콩트는 ‘여행자’로, 재중동포 장률 감독은 ‘두만강’으로 각각 제너레이션 부문에 진출했으며 이재용 감독은 파노라마 부문에 ‘여배우들’을 출품했다. 홍지영 감독의 ‘키친’은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베를린 영화제에 8편의 본선 경쟁작을 배출했다.

19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8대 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은곰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임권택 감독이 세계적으로 영화 인생을 인정받는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명예 금곰상을 받고 특별 회고전이 개최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7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영화 예술의 새로운 조망을 제시한 작품에 수여되는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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