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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내 손 안의 콜택시 ‘자율주행’ 꿈 질주

[글로벌 인사이트] 내 손 안의 콜택시 ‘자율주행’ 꿈 질주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09-19 17:36
업데이트 2016-09-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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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공유 서비스 1인자 ‘우버’… 글로벌 교통혁명 향한 야심

제록스(Xerox)라는 단어는 단순히 회사 이름만이 아니라 ‘복사하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1906년 설립된 제록스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현재 복사기와 프린터, 디지털복합기 등을 판매하는 종합문서관리 회사다. 이렇듯 아주 극소수의 기업만이 자신이 생산한 제품이 인기를 얻어 동사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최근 레츠 우버(Let’s Uber)라는 표현이 젊은이들 사이에 자주 사용된다. 서로 필요할 때 연락해서 사용하자는 의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우버가 1000억 달러(약 110조 5500억원)에 달하는 택시업계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10조 달러(약 1경 1050조원)에 달하는 개인용 운송수단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교통혁명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사 콜택시 영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논란을 빚은 우버가 단순한 택시업계 장악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 운송수단의 혁명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한 사용자가 우버앱을 이용해 서울의 한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부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사 콜택시 영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논란을 빚은 우버가 단순한 택시업계 장악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 운송수단의 혁명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한 사용자가 우버앱을 이용해 서울의 한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부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서 2009년 창업한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승객을 모집하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로 빠르고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 가치만도 무려 700억 달러(약 77조 3640억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 중 하나다. 우버를 통해 전 세계 425개 도시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우버로 인해 택시업이 사라질 것이라며 택시에 검은 리본을 달기도 하고 ‘우버는 불법’ ‘우버는 범죄’ 등의 스티커를 택시에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등에서는 이를 합법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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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버의 야심은 단순히 택시업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우버는 한 해 1000억 달러인 택시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인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해 개인이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운송비를 줄이고 결국에는 아예 차량 소유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한 해 10조 달러에 달하는 개인용 교통수단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시장이 있다 보니 당연히 우버만 이 시장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기업이 교통혁명의 시작인 전기자율주행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애플이나 구글, 텔사뿐만 아니라 포드와 볼보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도 이 시장을 노리고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IT 업체가 자동차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전기차나 주행보조 장치, 자율주행차의 형태로 IT 전장 부품이 자동차의 모습을 바꿔 가고 있다는 점과 만성과잉, 리콜 손실, 법적 비용 등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자동차산업에 침투하기가 쉬워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도 전자부품이 자동차의 70%를 구성할 정도인 만큼 혁신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IT 기업이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20세기에 차량이 발명되면서 인간의 이동권 및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꿨던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은 교통사고와 환경오염은 줄어들고 교통수단 및 도시환경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이들 간의 영역 없는 전쟁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교통혁명의 순간에서 우버는 단기적으로 개혁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는 우버가 차량공유 서비스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기 때문이다. 전체 운수 부문 중 차량공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차량공유서비스 부문이 운수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버를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이 저렴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버풀(Uber pool)의 경우 목적지 구간이 같을 경우 승객 한두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제도로 경제적인 택시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시내까지 혼자 택시를 이용할 경우 50달러가 들지만 우버풀을 이용해 같은 방향의 승객이 나눠서 요금을 부담하면 25달러에도 도달할 수 있다. 이렇듯 우버풀은 사적 영역과 공공 영역의 교통 구분 체계가 불분명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핀란드 헬싱키를 비롯한 몇몇 도시는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이용자가 기차와 버스 등을 조합해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8월부터는 ‘운전기사 없는 버스’가 세계 최초로 도심 도로에서 시험운전에 들어갔다.

이런 자율주행차량은 교통수단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 전조가 이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구글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트뷰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타트업인 누토노미는 아예 자율주행택시를 선보였다. 우버 역시 지난 14일부터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 차량은 운전자가 타긴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만 운전을 한다. 일부에서는 피츠버그에서 무인주행차량과 관련된 법률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인주행택시를 허용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의회가 법을 통과시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기술적 진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크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을 더욱 확대해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더욱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실시한 실험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량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도시에서 차량 수요가 80~9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차공간이 필요없어 이 부분을 공원이나 주택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 도시에서 주차 면적이 4분의1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애플, 우버 등 자율주행차량을 연구하는 회사 중에 누가 이 분야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 아직 불분명하다. 또 이들이 어떤 수익을 창출할지도 의문이다. 인간이 운전대를 잡는 한 자율주행차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기술발전이 계속되면서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는 강력한 브랜드의 힘과 거대한 고객수요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량업계에서 교통혁명을 꿈꾸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식료품 배달이나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장거리 화물수송 분야에 대한 진출도 노리고 있다.

우버의 강점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 비해 소비자의 욕구나 수요를 읽어내는 서비스 마인드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적 유행을 이끄는 기업이 반드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분야의 예를 봐도 노키아나 블랙베리, 디지털카메라 분야의 코닥,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마이스페이스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회사가 최고가 될지는 규제 당국에 달려 있다. IT업체 대부분은 먼저 신기술을 시도해 보고 그다음에 허가를 요청하는 그런 관행이 있다. 우버가 성공한 것도 이런 전철에 따른 것이었다. 자율주행차량의 경우 규제는 모호하고 기술 역시 완벽하지 않아 최악의 결과를 양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가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도 얼마나 이익을 얻을지도 확실치 않다. 차량공유서비스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 생각보다 이 사업에서 이익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우버는 현재 단 한 대의 차량도 소유하지 않은 채 차량 이용자와 운전자를 연결해 수익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버의 서비스가 도시의 한 교통수단으로 완전하게 통합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우버는 미래에 개인의 이동수단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회사다.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우버는 이동수단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할 공장도 없다. 최근 우버는 우버차이나 지분을 모두 경쟁사인 디디추싱에 매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자금 9억 달러(약 1조원)를 기술개발에 투자키로 했다. 우버의 미래 비전은 전도유망하지만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름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버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모두 우버 세계에 있다고 잡지는 마무리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09-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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