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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채찍·몽둥이로 여성 시위대 강경 진압

탈레반, 채찍·몽둥이로 여성 시위대 강경 진압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9-09 22:28
업데이트 2021-09-1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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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지켜보던 청소년까지 마구 때려
총리 대행 “나라 떠난 관료 돌아오라”
“공항 열고 외국인 출국 허용” 보도 부인
美 “과도정부 정당성 인정 못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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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에서 탈레반에게 구타당한 기자들
카불에서 탈레반에게 구타당한 기자들 한 기자가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에게 구타당한 뒤 부상 입은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제3자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2021-09-09
탈레반이 강경파 남성들로만 구성된 과도정부 구성을 발표한 뒤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탈레반에 저항하는 여성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여성의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여성 인권에 대한 위협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이날 미군 철수 뒤 처음으로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정부 구성 이후 국가기능 정상화 움직임도 추진되고 있다.

가디언은 “아프간 내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탈레반은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방식은 물론 구호까지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집회를 금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저항은 이어져 이날 여성들이 수도 카불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과거의 아프간 여성이 아니다. 우리는 권리를 원한다. 폭력에 맞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카불 주민은 “탈레반은 자신들만의 인물을 기용했다”며 “‘포용’이란 단어는 아프간에 사는 모든 민족이 정부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 시위대에 폭력 행사하는 탈레반과 피 흘리는 아프간 여성”
“여성 시위대에 폭력 행사하는 탈레반과 피 흘리는 아프간 여성” 트위터 @zarminakakar4 연합뉴스
탈레반은 반발에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CNN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원들은 이날 카불에서 시위를 연 여성들에게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학교에 가다가 시위를 지켜본 청소년까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이 여성의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흐마둘라 와시크 탈레반 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호주 SBS방송 인터뷰에서 “여자는 크리켓 경기출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기 중에 여성의 얼굴과 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반면 나라를 떠난 관료들에겐 고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아프간 총리 대행은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이 축복받은 프로젝트를 위해 모두가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 주변 및 다른 지역 국가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기존 인력이 필요하단 판단 때문이다.

카불 국제공항이 재개장돼 9일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200명이 아프간에서 상업용 항공편으로 출국할 것이란 보도도 뉴욕타임스와 AFP 등에 나왔다. 이 매체들은 카타르항공 보잉777기가 구호품 등을 싣고 카불 공항에 착륙한 뒤 승객을 이송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어떤 외국인도 데리고 나갈 계획이 없다”고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이중적인 태도에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우려를 표하며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는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9-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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