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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반파키스탄 시위대에 발포·부상자 속출…참가자 대부분 여성

탈레반, 반파키스탄 시위대에 발포·부상자 속출…참가자 대부분 여성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9-07 22:49
업데이트 2021-09-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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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지원하는 파키스탄에 반대 시위
다수 여성인 시위대에 발포…부상자 체포
현장 취재진 카메라 강제로 빼앗기도
탈레반에 맞아 피 흘리는 여성 사진 공개
총격 위협에도 여성들 시위 계속 확산
 “여성 시위대에 폭력 행사하는 탈레반과 피 흘리는 아프간 여성”
“여성 시위대에 폭력 행사하는 탈레반과 피 흘리는 아프간 여성” 트위터 @zarminakakar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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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아프간 시위대 향하는 탈레반 대원들
총 들고 아프간 시위대 향하는 탈레반 대원들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대사관 인근에서 반(反)파키스탄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날 반파키스탄 시위대를 향해 발포, 여러 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카불 AP 연합뉴스 2021-09-07
미군이 철수하고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반(反) 파키스탄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해 다수가 다쳤다고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는 대부분 인권을 탄압 받는 여성들이었으며 탈레반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의 카메라를 강제로 빼앗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 “파키스탄, 아프간 개입 말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 대원은 카불의 파키스탄대사관 인근에서 시위대 수십명을 향해 총을 쐈다.

목격자들은 이 총격으로 여러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시위 참가자는 “탈레반은 처음에는 허공에 총을 쐈지만 나중에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날 팻말을 들고 ‘파키스탄은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살펴보면 시위대는 총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몸을 피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현장 취재진의 카메라도 뺏고 일부 시위대를 체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한 이는 탈레반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교육 받을 권리과 일할 권리를 빼앗아가는 정책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프간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과정은 물론 저항군 거점 공격 때도 파키스탄이 인력과 물자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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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파키스탄 구호 외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반(反)파키스탄 구호 외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대사관 인근에서 반(反)파키스탄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이날 대부분 여성인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 사격을 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프간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AFP 연합뉴스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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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파키스탄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
반(反)파키스탄 거리 시위 나선 아프간 여성들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대사관 인근에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며 반(反)파키스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이날 대부분 여성인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 사격을 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프간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AFP 연합뉴스 2021-09-07
여성들 “과거로 후퇴할 수 없다”
“여성 빠진 새 정부 무의미할 것”

총격을 받는 위협 속에서도 인권을 위협 받는 아프간 여성들의 거리 시위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아프간 하아마통신과 SNS에 따르면 전날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새 정부 구성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며 외출을 삼가다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마자르이샤리프까지 4개 주에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진 셈이다.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성들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신들처럼 딸이 탈레반에 의해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불행하게 살 수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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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탈레반 대원 옆 반(反)파키스탄 시위하는 아프간 여성들
총 든 탈레반 대원 옆 반(反)파키스탄 시위하는 아프간 여성들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파키스탄대사관 인근에서 반(反)파키스탄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총을 들고 서 있는 탈레반 대원 옆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이날 파키스탄의 아프간 문제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 사격을 했다. 카불 AFP 연합뉴스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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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입은 여성
부르카 입은 여성 미군이 완전 철수한 다음날 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카불 와지르 아크바르 칸 병원 근처를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1-09-01
“겁내지 말자” 거리로 나선 여성들
여성 존중한다던 탈레반 여성 총격 살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는 여성을 총으로 사살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여성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다”라고 외치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앞서 카불의 여성시위는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강제 해산됐다.

해산 과정에 머리를 다친 여성이 피 흘리는 사진도 SNS에 퍼졌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고 취업과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탈레반 전사와의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탈레반 치하에도 여성들 대담한 시위…”새 정부에 우리도 넣어야”
탈레반 치하에도 여성들 대담한 시위…”새 정부에 우리도 넣어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에 맞서 2일(현지시간) 헤라트시에서‘두려워 하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 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아프간 여성. 트위터 @TOLO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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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카불서 권리보장 요구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수도 카불서 권리보장 요구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3일(현지시간)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날 서부 헤라트 이어 이날 카불에서 이틀 연속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카불 AP 연합뉴스 2021-09-04
하지만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도 진출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20년 만에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특히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달 4일 탈레반 교육 당국은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또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게 덧칠하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이거나 매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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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눈만 노출한 아프간 여대생 졸업생들
눈만 노출한 아프간 여대생 졸업생들 2017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보건간호대 졸업식.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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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교육 기회 부여 촉구하는 아프간 어머니들
여성에 교육 기회 부여 촉구하는 아프간 어머니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2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자신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이겠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라트 AFP 연합뉴스 2021-09-03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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