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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역사 만들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유엔, 도와달라”

탈레반 “역사 만들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유엔, 도와달라”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8-31 20:26
업데이트 2021-09-0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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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와 아프간의 미래

美, 철군 시한 하루 남기고 대피 작전 종료
탈출 못한 협력자들 국제사회에 도움 호소
탈레반 美 떠난 공항서 회견 “완전한 독립”
은행 앞에는 현금 찾으려는 주민들 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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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모두 구출 못하고 떠나는 美
자국민 모두 구출 못하고 떠나는 美 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목표를 하루 먼저 달성한 지난 30일(현지시간) 오후 C17 수송기에 미군들이 줄지어 탑승하고 있다. 마지막 한 명을 구출할 때까지 미군은 카불 현지에 있을 것이라는 약속이 공수표임을 보여 준 장면이다. 이날 밤 11시 59분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떠나며 미국은 20년 동안의 아프간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카불 AFP 연합뉴스
지난 30일(현지시간) 밤 11시 59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C17 수송기가 날아올랐다. ‘최후의 미군’ 크리스토퍼 도너휴 육군 82공수사단 사령관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비행기였다.

철군 완료 시한인 31일을 1분 남겨 두고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하늘을 가르자 탈레반의 축포가 터져 나왔다.

공항 주변과 카불 시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몰아냈다고 자축하며 울리는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가득했고 탈레반 차량은 경주하듯 공항 활주로를 돌아다녔다. 시내 곳곳에선 불꽃놀이와 총성이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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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떠나는 ‘최후의 미군’
아프간 떠나는 ‘최후의 미군’ 미국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종료를 알리며, 카불 공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C17 수송기에 오른 크리스 도너휴 사령관의 야간 투시경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미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도너휴 사령관은 1992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30년간 야전을 누비고 있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했고, 시리아와 이라크 등 격전지 작전에 참여했던 그는 수송기에 오르기 전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미 국방부 트위터 캡쳐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17일간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을 벌이며 자국민과 협력자 등에 대한 대피 작전을 펼쳐 온 미국은 마지막까지 숨 가쁜 일정을 진행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임무의 마지막에 도달하고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발표했으나, 결국 예정 시한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를 발표했다. 수송기가 아프간을 벗어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20년간 우리 군대의 주둔이 끝났다”며 아프간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탈레반은 즉각 텅 빈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며 “모두와의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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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간부인 아나스 하나키는 트위터에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 미국과 나토의 20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고 했고 또 다른 탈레반 대원은 “우리의 희생이 빛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호성과 달리 현지에 남은 이들은 여전히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다. ‘공포 통치’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탈레반은 이날 미군 철수를 기다렸다는 듯 반탈레반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아프간 민병대 등 수천명이 운집한 곳이다. 저항군 사령관인 아흐마드 마수드의 측근 등에 따르면 이들은 탈레반의 공격을 물리쳤지만, 산발적인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계곡을 포위한 탈레반은 현지 통신망과 물자 보급망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철수 전 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대혼란이 이어졌지만, 시한을 하루 남겨 놓고는 체념의 분위기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도 탈출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수백명은 여전히 탈레반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안 속에 대기했다.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위협받는 현지 의사 등 의료인, 기자와 카메라맨 등 언론인도 각종 국제단체와 유엔에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치하의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생명은 물론 가족, 재산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카불 시내의 은행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탈레반의 장악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는데, 현금이 부족해 인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9-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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