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 협상시한 목전 오바마 “케네디의 초당파정치를 살리자”

이란核 협상시한 목전 오바마 “케네디의 초당파정치를 살리자”

입력 2015-03-31 09:02
업데이트 2015-03-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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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케네디 연구소 연설서 호소…공화당 ‘이란서한’ 겨냥”협상을 두려워 말자”…케네디家와의 ‘끈끈한’ 인연 과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30일(이하 현지시간) ‘초당파의 정치’를 외치고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정계 거물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연 ‘에드워드 M. 케네디 연구소’ 개소식에서다. 2009년 사망한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연구소는 미국 정치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미국 상원 회의장을 실물크기로 그대로 옮겨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스스로가 테드(에드워드의 약칭) 케네디처럼 행동한다면 어떨까”라고 운을 뗀 뒤 “테드를 당파성의 상징처럼 비판해온 혹독한 비평가들에게는 바보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 공화당 사람들이 모인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은 테드가 누구인지를 알기 때문”이라며 “테드의 이념이나 입장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테드가 초당파적 정치가 희귀해진 이 세대에 진정한 애정과 노력으로 당파적 구분을 메웠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테드는 지지자들이 분노하더라도 정치적 타협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이 연구소가 냉소주의의 시대에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현 시점에 ‘초당파 정치’를 들고나온 것은 바로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공화당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일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47명이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이 합의가 폐기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지도자 등에게 보낸 데 따른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정치와 민주주의가 과연 테드가 제시한 비전 만큼 성장했는가”라며 “지금 국민들은 동료들보다는 카메라를 좇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메스꺼움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재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핵협상팀이 테드와 그의 형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강력히 신봉해온 원칙들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1년 취임연설에서 거론한 명언을 그대로 인용해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그렇다고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라고 호소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개소식에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 등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모두 1천800명이 참석했다. 케리 장관은 스위스 로잔에서 막판 진행되는 이란 핵협상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한때 정적이었던 매케인 위원장은 “테드는 정치적 논쟁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인물”이라며 “상원 회의장에서 한바탕 싸우고 나서도 종종 함께 웃기도 했다”고 회고하고 “그가 사라진 지금 ‘좋은 싸움’을 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씁쓸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사 직후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부인인 빅토리아 케네디 여사와 아들인 패트릭 J. 전 하원의원 등 케네디가(家) 인사들과 사적으로 만나 환담을 나눴고,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과거 집무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연구소 내 공간도 둘러봤다.

47년간 미국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상원의 사자’(Lion of the Senate)라는 별칭답게 1964년 민권법, 1965년 투표법, 1990년 장애인법 등 굵직굵직한 법안이 통과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인연은 막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을 벌이던 신출내기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경선판도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오바마 사랑’은 지난해 8월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 암 투병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깜짝 등장해 오바마의 후보당선을 축하해 준 한 컷의 장면에서 정점에 달했다.

총 7천900만 달러(874억 원)가 투입된 이 연구소는 6만 8천㎡의 면적으로 미국 상원 회의장을 그대로 옮겨놓아 일반 관람객들이 상원의원 역할과 의정 활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소식 참석 이후 보스턴시 케임브리지의 한 식당에서 3만 3천400달러를 기부한 30여 명의 후원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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