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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지르고 출구 막아… 日 묻지마 범죄 공포 번진다

불 지르고 출구 막아… 日 묻지마 범죄 공포 번진다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1-12-19 22:22
업데이트 2022-01-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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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도심 병원 방화 24명 사망

통원 치료 60대男 용의자 이례적 공개
CCTV에 대피 못하게 막는 장면 찍혀
日경찰 “피해자 가족들이 공개 원해”
조커男 흉기 난동 등 시민 불안감 커져
24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일본 오사카시 빌딩 화재 현장 앞에 지난 1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현지 경찰은 전날 이 상가 건물 4층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방화 용의자로 해당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다니모토 모리오(61)를 확정했다. 오사카 지지통신 AFP 연합뉴스
24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일본 오사카시 빌딩 화재 현장 앞에 지난 1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현지 경찰은 전날 이 상가 건물 4층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방화 용의자로 해당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다니모토 모리오(61)를 확정했다.
오사카 지지통신 AFP 연합뉴스
24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일본 오사카시 빌딩 화재와 관련해 일본 경찰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하기도 전에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다.

19일 일본 오사카부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10시 20분쯤 오사카 번화가 8층짜리 상가 건물 4층에 있는 병원인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니시우메다 마음과 몸 클리닉’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용의자로 과거 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은 다니모토 모리오(61)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가 화상 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여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진 않았으나 피해자 가족들이 원한 데다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신원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방화이자 살인 사건으로 규정한 데는 다니모토가 당시 병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니모토가 불이 난 직후 병원 출입문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가로막는 듯한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다니모토의 운전면허증도 발견됐다.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컸다. 해당 건물 4층에는 피해 병원만 입주해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 바로 병원 출입구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건물 내 비상계단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고, 위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건물 밖 대피 계단은 아예 없다. 방화는 출입구 쪽 수납처 인근에서 이뤄졌고 갑자기 발생한 화재에 놀란 사람들은 불길 반대쪽으로 몸을 피하면서 대피로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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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다니모토는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든 종이봉투 두 개를 들고 병원으로 들어와 난방기구 옆에 놓고는 발로 차 넘어뜨렸고, 봉투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24명의 사망자 중에는 해당 병원 원장도 있었다.

일본에서 이 같은 ‘무차별 범죄’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공포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앞서 2019년 7월 한 남성이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불을 질러 36명이 숨지고 35명을 다치게 했다. 중의원 총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10월 31일에는 게이오선 전철 안에서 조커 복장을 한 핫토리 교타(24)가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무차별 범죄 피의자들의 공통점으로는 직장 혹은 가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고립감을 느꼈다는 점이 꼽힌다. 다니모토가 범행을 저지른 피해 병원은 정신적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해 주는 곳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노우에 도모스케는 “보통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데 이를 막으려면 이들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jin@seoul.co.kr
2021-12-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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