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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깎아준 평균대로 훈련했던 몽족의 후예 수니사 리 올림픽 금

아버지가 깎아준 평균대로 훈련했던 몽족의 후예 수니사 리 올림픽 금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7-30 08:19
업데이트 2021-07-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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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소수민족 몽족의 후예인 수니사 리(18, 미국)가 29일 처음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 체조 여자 개인종합 금메달을 딴 뒤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중국계 소수민족 몽족의 후예인 수니사 리(18, 미국)가 29일 처음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 체조 여자 개인종합 금메달을 딴 뒤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수니사 리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미국 미네소타주 오크데일의 중국계 소수민족 몽족 공동체 사람들과 29일(이하 현지시간)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며 응원하던 아버지 존 리와 어머니 이브 토지가 기뻐하고 있다. ‘팀 수니’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존은 다리가 여전히 불편한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손을 들어 보였다..  오크데일 AP 연합뉴스
수니사 리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미국 미네소타주 오크데일의 중국계 소수민족 몽족 공동체 사람들과 29일(이하 현지시간)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며 응원하던 아버지 존 리와 어머니 이브 토지가 기뻐하고 있다. ‘팀 수니’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존은 다리가 여전히 불편한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손을 들어 보였다..
 오크데일 AP 연합뉴스
중국계 소수민족 몽족의 후예로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난 수니사 리(18, 미국)는 체조 평균대를 구입할 돈이 없었던 아버지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어준 평균대를 뒷마당에 놓고 연습했다. 그렇게 기량을 연마했던 수니사가 29일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땄다.

미국 중계 주관사인 NBC의 간판 프로그램 ‘투데이 쇼’는 수니사가 금메달을 따기 전에 이미 그녀와 가족의 애달픈 이민 생활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존 리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을 중국이 퍼뜨렸다는 이유로 번지기 시작한 아시아 혐오 정서 때문에 수니사가 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은 우리를 이유 없이 혐오한다”며 “우리가 그들이 말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수니사가 미국 대표로 선발돼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아버지의 헌신적이 뒷바라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존은 이웃의 일을 도와주다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돼 생계에 큰 타격을 받자 수니사가 체조를 그만두려 했지만 자신이 만류해 체조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부모 대신 자신을 키워주기도 했던 삼촌과 숙모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수니사의 금메달 획득 장면을 TV로 시청한 미네소타주의 몽족 공동체는 환호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중국에서 묘족,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에서 흐멍족이라 불리는 이 소수민족은 중국의 봉건체제에 견디다 못해 18세기 후반부터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으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 작전을 도운 일부가 종전 후 난민으로 미국에 건너올 수 있었는데 수니사 가족도 이들의 일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이틀 전 체조 여자 단체전 결선 세 종목 기권에 이어 이날 개인종합 결선 출전을 포기하고 벤치에서 응원하는 가운데 리는 57.433점을 얻어 열여덟 살 데뷔 무대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렸다. 바일스가 단체전을 포기한 직후 리는 바일스가 “기본적으로 우리 팀을 끌어왔다”고 말했는데 이미 자신이 그를 대신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지난해 6월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마루운동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지만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데 이어 이날도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였다.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 57.298점)가 은메달, 안젤리나 멜니코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 57.199점)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드라데는 브라질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단체전 동메달을 땄던 제시카와 제니퍼 가디로바 쌍둥이 자매는 이날 각각 10위와 13위에 머물렀다. 제시카는 영국 여자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둘은 다음달 1일 바일스가 마루운동에 출전을 포기하면 금메달을 다툴 정도로 이 종목 기량이 출중하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4관왕에 빛나는 바일스는 이번 대회 6관왕을 기대하는 주위의 과도한 시선을 의식하다 지난 27일 단체전 도마 경기를 마친 뒤 충격적인 점수가 나오자 곧바로 기권한 뒤 이날 개인종합 출전을 포기한 채 관중석에서 다른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다음달 1일 시작하는 종목별 개인전에 출전하는지를 묻자 확답을 하지 않고 “그날그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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