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연장,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존 발언보다 행동으로 의욕보여정부 수반이 폐회식 이례적 출연…“스포츠 정치적 이용” 지적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말보다 행동으로 장기 집권 의욕을 드러냈다.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하는 논의에 명확한 의견 표명을 피하는 대신 자신이 유치한 2020년 도쿄올림픽 때도 총리를 맡으면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 슈퍼마리오 캐릭터 분장을 하고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차기 올림픽 준비가 이미 시작됐음을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슈퍼마리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아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동 통로를 타고 이동했는데 아베 총리가 이 장면을 이어받아 폐회식장의 단상에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독특한 등장은 차기 개최지 수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보다 더 주목받았다.
차기 올림픽을 주제로 한 동영상을 후광 삼아 출연함으로써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아베 총리는 폐회식을 마친 후 “4년 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이제 우리가 이런 감동을 제공할 차례가 된다”고 동행한 기자들에게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4년 후를 어떤 입장에서 맞이하고 싶은가, 역시 총리냐’는 물음에 “어떤 입장에 있더라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땀을 흘리고 싶다”고 반응했다.
총리직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18년 9월에 종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는 ‘자민당 규칙을 수정해 총재 임기를 연장하고 도쿄올림픽 때까지 장기 집권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즉답을 피한 것이다.
2020년에 총리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자민당 내에 ‘포스트 아베’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으므로 이를 견제하고, 임기를 연장하겠다고 답했을 때 생기는 차기 주자의 반발을 막는 화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이달 3일 개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기연장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연장 쪽에 더 무게를 실은 답변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슈퍼마리오로 출연한 것에 관해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염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항만 내 0.3㎢ 범위 내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직접 연설해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당사자다.
아베 총리가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가서 ‘주연’을 맡은 것에는 올림픽 유치 실적과 차기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을 명분으로 삼아 임기연장을 대세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연출에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공립대인 ‘슈토(首都)대학도쿄’의 마스모토 나오후미(舛本直文) 특임교수는 “국가는 개최도시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할 수 없는 것을 지원하는 입장이다.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스포츠의 정치 이용이라고 문제 삼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아베 총리의 폐막식 출연이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구상한 것이고 아베 총리가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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