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 잊지 말자” 고개 숙인 일왕 부부

“슬픈 역사 잊지 말자” 고개 숙인 일왕 부부

입력 2015-04-10 00:10
업데이트 2015-04-1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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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팔라우서 전몰자비 헌화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9일 태평양전쟁의 무대였던 팔라우 남쪽 페릴류 섬을 방문, 일본 정부가 건립한 ‘서태평양 전몰자비’에 헌화했다. 일왕 부부는 생존 참전군인 및 희생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에서 가져온 흰 국화 꽃다발을 바치며 전몰자의 넋을 위로했다고 NHK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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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남태평양 팔라우의 페릴류섬을 방문한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서태평양 전몰자비 앞에서 머리를 숙여 헌화하고 있다. 일왕 부부가 전몰자 위령을 위해 해외를 찾은 것은 2005년 사이판 방문 이후 두 번째다.  페릴류 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남태평양 팔라우의 페릴류섬을 방문한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서태평양 전몰자비 앞에서 머리를 숙여 헌화하고 있다. 일왕 부부가 전몰자 위령을 위해 해외를 찾은 것은 2005년 사이판 방문 이후 두 번째다.
페릴류 AP 연합뉴스


●종전 70주년 위령 행보… “숨진 모든 사람 추모”

페릴류 섬은 일본군 1만여명과 1700여명의 미군이 전사한 태평양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일본군은 요새화한 동굴을 이용해 버티며 저항하다 많은 희생자를 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 섬의 ‘오렌지 비치’ 옆에 있는 미군의 위령비도 찾아가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

팔순의 일왕이 태평양 남단까지 찾아 전몰자를 위한 ‘위령 행보’에 나선 것은 오는 8월 15일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 되는 해인 까닭이다. 일왕 부부가 전몰자 위령을 위해 해외 방문에 나선 것은 전후 60주년이었던 2005년 사이판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일왕은 2005년 팔라우를 방문해 전몰자를 추도하려고 했지만 당시 교통 및 안전 문제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전날 팔라우에 도착한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토미 레멩게사우 팔라우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에서 “우리는 전쟁에서 숨진 모든 사람들을 추모하고, 그 유족이 걸어온 고난의 길을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출국 전 출발 행사에서 일·미 양측의 팔라우 전투 전사자 수를 거론한 뒤 “태평양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에서 이런 슬픈 역사가 있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日, 개인적 희생·비극만 강조

일본 주요 신문들은 ‘국적을 묻지 않는 진혼’(도쿄신문), ‘비극적인 역사 잊지 말아야’(아사히) 등의 제목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왕의 위령 행보가 스스로의 책임감에서 나온 것으로 전쟁의 기억이 얕아져 가는 것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일왕의 위령 행보를 전후로 TV등 다른 매체에서도 전쟁 생존자 및 유가족을 인터뷰하는 등 종전 70주년 알리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의 전쟁 책임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개인적 희생과 비극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 짙다.

일본에서 남쪽으로 3000㎞ 떨어진 인구 약 3만명의 섬나라 팔라우는 1914∼1918년 1차대전 중에 일본에 점령돼 1945년 2차대전 종전까지 30년 동안 일본의 위임통치를 받았다. 징용 등으로 이곳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희생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04-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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