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고의 노출’ 실험 승인
이달 내 18~30세 지원자 90명 대상감염 최소량 측정·백신 개발 빨라질 듯
“실험 참여 안 해도 코로나 감염 위험
윤리적 비난보다 이득 더 커” 공감대

1년 넘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전파 속도를 늦추고자 고안한 방안이지만, 윤리적 타당성을 놓고 학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격론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실험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가능한 모든 방역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확산세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인체 실험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 지침을 개발한 연구 윤리 전문가 찰스 웨이저 박사는 “개인이 인체 실험에 참여하지 않아도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높으면 의도적으로 감염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허용된다”고 봤다.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큰 만큼 인체 실험을 통해서라도 치료 방법을 찾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하우스만 교수는 최근 펴낸 관련 논문에서 “이 실험에 대한 윤리적 반박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실험이 가져올 이득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미 럿거스대 인구수준생명윤리센터도 “소수의 젊고 건강한 자원자가 대상이라 사망이나 다른 부작용의 위험이 극도로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참여자를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면 결과를 얻는 시간이 훨씬 짧아진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백신 개발 과정에서는 3상 효능시험이 이뤄지는데,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대조군까지 비교해야 해 한계가 크다.
전염병 백신과 관련해 인체 실험이 이뤄진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연구윤리위원회 감독 아래 성인 수만명이 장티푸스, 콜레라, 말라리아 등의 인체 실험에 참여했다. 다만 이번 실험으로 백신이 개발돼도 미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이를 승인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실험 결과를 인구 전체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2-19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