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 전략폭격기 보낸 ‘푸틴의 야심’

남아공에 전략폭격기 보낸 ‘푸틴의 야심’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10-24 23:46
업데이트 2019-10-2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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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서 러·아프리카 정상회의 막 올라

무기 수출로 아프리카까지 세력 확장
국가 부채 200억 달러 탕감에도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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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치에서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전략폭격기(TU160)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인근 워터루프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프리토리아 AP 연합뉴스
러시아 소치에서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전략폭격기(TU160)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 인근 워터루프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프리토리아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자리에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아프리카 정부 수반과 지도자 등 45명이 참석했다고 러시아 측이 밝혔다.

이에 맞춰 러시아의 대표적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160 두 대가 이날 1만 1000㎞ 거리를 비행해 남아공 워터루프 공항에 도착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아프리카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격기들은 러시아를 출발해 남아공까지 13시간 동안 공중 급유를 받으면서 쉬지 않고 비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남아공과의) 양자 군사협력 발전과 양국 공군 간 협력 강화를 위한 방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아프리카 최대 무기 공급 국가의 위치를 굳혀 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최소 28개국과 군사협조 합의에 서명했다. 러시아 전투기와 군함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지와 항만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시대 소련이 정치 이념과 무기를 수출하고 지원했던 국가들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고 AP가 분석했다.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가들에 러시아가 주춤한 사이 중국이 사회간접시설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영향 확대를 꾀해 왔다.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무기 제공에 감사하면서 다이아몬드와 황금, 우라늄을 무장세력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은 러시아 군사 자문단 파견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투기와 탱크 등 다른 무기를 공급한 것에 감사하다”면서 “러시아가 대출을 제공하면 더 많이 사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질조사 기관은 남수단·르완다·적도기니와는 탄소자원 탐색에 합의했다.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즈네프는 모잠비크 연안에서 석유 탐사를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앙골라는 러시아 다이아몬드 기업 알로사와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것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돌파할 활로로 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고자 부채 200억 달러 탕감에 서명했다.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유샤코프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는 3년마다, 외교장관 회의는 해마다 개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19-10-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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