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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군 떠난 아프간에 “평화·재건의 새 출발…우린 우호국, 도와줄게”

中, 미군 떠난 아프간에 “평화·재건의 새 출발…우린 우호국, 도와줄게”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9-01 20:55
업데이트 2021-09-0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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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프간은 영웅적 나라, 굴복한 적 없다’
마오쩌둥 전 주석 발언 인용 “서로 지지”
미군 떠난 첫날 아프간인 청바지 전부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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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타고 아프간 카불 시내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들
트럭 타고 아프간 카불 시내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대원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럭을 타고 수도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미군은 전날 아프간 철군 및 대피 작전을 완료했다. 2021.9.1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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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의 부르카 입은 여성
아프간 카불의 부르카 입은 여성 미군이 철수한 다음날인 31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아이와 함께 길을 가고 있다. 2021.8.31
AFP 연합뉴스
중국이 미군의 완전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통치2기’ 시작에 대해 “평화와 재건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한 뒤 “우호국으로서 서로 지지하고 아프간을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의 새 정부를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프간의 역사는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으며 기회와 도전,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국제사회가 아프간 새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아프간 각 측이 자국민의 절박한 소망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체계, 부드럽고 온건한 대외정책, 테러 세력과의 단절, 주변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등을 주문했다.

왕 대변인은 ‘아프간은 영웅적인 나라로, 굴복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발언을 언급한 뒤 “중국과 아프간은 우호국으로 서로를 해치고 싶어하지 않으며 서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아프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우호 정책을 실시하고 아프간의 독립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프간이 조속히 평화와 재건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계속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면서 중국의 경제·사회 체제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설하는 시 주석. 베이징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면서 중국의 경제·사회 체제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설하는 시 주석.
베이징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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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좋은 관계 원해” 밝히는 아프간 탈레반 대변인
“미국과 좋은 관계 원해” 밝히는 아프간 탈레반 대변인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군이 전날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한 가운데 그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선언했으며, 아프간전 종식과 관련해서는 “아프간 국민에 대해 축하한다”고 밝혔다. 2021.8.31
AFP 연합뉴스
탈레반 “미군 철수는
모든 침략자에 대한 교훈”

탈레반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대표적 반미 국가 이란과의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자국 내 미군의 패배는 침략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점령자들이 떠나 독립을 얻었으며 아프간인들에게 이는 큰 기쁨”이라면서 “미군 철수는 모든 침략자에 대한 교훈이며, 부당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철수 시한 31일을 하루 앞두고 병력 철수와 민간인 대피 완료를 선언했다. 탈레반은 카불 국제공항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공항 활주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서 “그들 모두와 좋은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레반은 전날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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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로 온몸 감싸고
부르카로 온몸 감싸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완료로 탈레반의 본격 집권이 시작됐지만, 갑작스런 질서 붕괴와 빈곤 등으로 대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31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에서 부르카로 온몸을 감싼 여성들이 시내를 걸어가는 모습.
카불 AFP 연합뉴스
미군 철수 후 첫날 아프간인들,
청바지 불태우고 수염 기르고

여성 직장 쫓겨나고 수염 긴 남자로 대체
화려했던 수도, 금욕의 분위기 암울

미군이 철수한 이후 첫날을 맞은 아프간인들은 31일(현지시간) 청바지와 탈레반의 눈엣가시가 될만한 옷들을 전부 불태웠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리파 아마디(가명)는 이날 아침 청바지 등을 모두 태우며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사다 줬다”면서 “난 울면서 청바지를 태웠고 동시에 희망도 같이 불태웠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지난 20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 아래서 교육과 고용 등 일상에 자유를 누렸던 세대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으나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 상당수가 탈레반이 사무실을 떠나라는 요청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아마디의 자리에는 긴 수염을 한 남성이 자리를 대신했다. 아마디는 “더는 그 무엇도 날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탈레반은 지난 28일 은행 영업 재개를 명령했지만 1인당 출금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탈레반에 피살된 아프간 코미디언 나자르 모하마드.
지난달 29일 탈레반에 피살된 아프간 코미디언 나자르 모하마드.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는 은행 앞에는 “수백 명이 있었고 탈레반은 막대기로 사람들을 때렸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결국 빈손으로 집에 왔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수도의 풍경은 탈레반 치하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맞춰 뒷걸음치고 있다.

카리미는 “카불은 이전까지만 해도 아프간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였다”면서 “화려한 헤어스타일부터 쟁글 팝, 터키 드라마까지 품었던 곳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자바르 라마니(가명)는 탈레반 위협을 피하고자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기로 했다.

그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삶과 죽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면서 “수염과 의상이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간단한 것일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목숨을 위협하는 투쟁이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기 통치(1996년~2001년) 때와는 달리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앞서 지방 경찰청장을 처형하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등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탈레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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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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