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시진핑 미국 민박집’

아무도 찾지 않는 ‘시진핑 미국 민박집’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1-18 18:02
수정 2020-11-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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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뒤 미중관계 경색에 ‘폐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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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물러 인기 관광코스였던 아이오와 머스카틴의 ‘중미 우호의 집’.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제공
198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물러 인기 관광코스였던 아이오와 머스카틴의 ‘중미 우호의 집’.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젊은 시절 머물러 화제가 된 미국 아이오와의 시골 민박집이 사실상 폐가로 변했다. 1978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두 나라의 싸늘한 관계가 여실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미중 우호의 상징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머스카틴의 ‘시 주석 민박집’이 지금은 찾는 이가 없어 흉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 이 집의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 시진핑은 1985년 4월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 자격으로 아이오와를 찾았다. 지역 농산물 생산 시설을 견학하고 야구 경기도 구경했다. 당시 주지사였던 테리 브랜스타드 전 미국대사는 그가 쉴 수 있도록 시골마을 머스카틴의 2층 민가를 숙소로 제공했다. 시 주석은 여기서 틈나는 대로 주민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1985년 미국 아이오와 방문 당시 시진핑(오른쪽 세 번째) 허베이성 징딩현 서기.
1985년 미국 아이오와 방문 당시 시진핑(오른쪽 세 번째) 허베이성 징딩현 서기.
시간이 흘러 27년이 지난 2012년 2월.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이던 그는 백악관을 방문한 뒤 뜻밖에도 머스카틴을 다시 찾았다. 중국 고위관리들이 워싱턴을 들렀다가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젊은 시절 아이오와에 대한 인상이 그만큼 좋았던 것 같다. 그는 1985년 묵었던 민박집에서 주민들을 만나 옛 추억을 더듬었다. 특히 “호기심 많은 여자 아이 하나가 유독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미국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 ‘대부’(1972)라고 답했다”며 즐거워했다.

이듬해 중국인 투자자 청리쥔이 이 집을 사들여 기념관으로 개조하고 ‘중미 우호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때 이곳은 지역의 인기 관광 코스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관계가 얼어붙자 지금은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 됐다. 청리쥔 역시 이곳이 우범지역으로 변할 수 있어 매각을 검토 중이다.

1985년 시 주석을 직접 만난 한 주민은 “그는 매우 쾌활했고 미국인을 정말 좋아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TV로 보는 시 주석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영화 대부의) 두목처럼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0-11-1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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