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울어진 운동장’서 치러지는 대만 대선… 일등공신은 시진핑?

역대급 ‘기울어진 운동장’서 치러지는 대만 대선… 일등공신은 시진핑?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9-12-22 22:48
업데이트 2019-12-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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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 지지율 47%로 선두 굳히기
민진당, 내년 1월 사상 첫 과반 가능성

시진핑 군사압박에 홍콩시위 길어지자
차이 ‘민주주의 수호자’ 이미지 재조명
“中 일국양제 약속 믿을 수 없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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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 로이터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
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1월 11일 치러질 대만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의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없었는데 이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는 분위기다. 차이 총통을 도운 건 아니러니하게도 그가 질색하는 ‘중국’이다. 홍콩 시위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자 대만인들 사이에서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벌써부터 이번 대선이 ‘대만 역사상 가장 싱거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47.2%로 한 시장(17.8%)보다 3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앞서 이달 2일 공개한 조사에서는 51.0%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한 시장의 지지율이 차이 총통을 앞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선거 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왕예리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민진당이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 격) 지지도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사상 처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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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만 경찰은 지난 14일 가오슝의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을 체포했다. 타이난 국민당사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비를 설치한 혐의다. 국민당 측은 대놓고 “용의자는 대만 독립파”라고 단언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차이 총통 쪽으로 완전히 승기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간 대만 선거는 민진당에 늘 불리했다. 국민당이 장기 독재 논란에도 경제성장의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에는 ‘비현실적’, ‘급진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16년 1월 선거에서 승리한 차이 총통도 중국과의 갈등과 정치력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은 ‘정권심판’ 프레임에 걸려 국민당에 참패했다. 차이 총통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군사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차이 총통의 이미지가 재조명된 것이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를 보며 “중국의 일국양제는 실패”라는 그의 지론에 뒤늦게 힘이 실렸다. 지난달 말 중국 스파이를 자처하는 20대 청년이 “중국 첩보당국이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고자 조직적 공작을 벌였다”고 밝힌 것도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대선은 민진당에 매우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 지지율 회복의 일등공신은 시진핑”이라는 말도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9-12-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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