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홍콩 독립 ‘선서 투쟁’ 청년의원들 제명 놓고 흔들리는 사법 자치권

[world 특파원 블로그] 홍콩 독립 ‘선서 투쟁’ 청년의원들 제명 놓고 흔들리는 사법 자치권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11-06 21:06
수정 2016-11-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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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정치 스펙트럼은 크게 친중파와 반중파로 나뉜다. 반중파는 다시 자치파와 독립파로 구분된다. 자치파는 자치 강화에 방점을 두는 반면 독립파는 아예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다. 지난 9월 입법의원 지역구 선거(총 35석)에서 자치파는 19석, 독립파는 2석을 확보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홍콩 고법 ‘자격 취소’ 심리 중

지난달 12일 입법회 개원식에서는 독립파 의원인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30) 의원과 야우와이칭(游蕙禎·여·25) 의원이 ‘선서 투쟁’을 펼쳤다.

선서식에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글이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나타난 것이다. 렁 의원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과 홍콩 기본법 수호를 맹세하는 선서문 대신 “홍콩 민족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외쳤다. 야우 의원은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의 ‘공화국‘(Republic)을 ‘Re-fucking’이라고 발음해 욕설처럼 들리게 했다.

중국은 물론 홍콩에서도 비난이 빗발치자 입법회 의장은 재선서를 명령했다. 그러나 친중파 의원들은 “재선서가 아니라 퇴출해야 한다”며 두 의원의 재선서를 막았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법원에 두 의원의 자격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3일부터 심리를 시작했다.

홍콩 법원이 제명보다는 재선서 쪽으로 판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자 중국이 직접 나섰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는 지난 5일 홍콩 의원의 선서 의무를 규정한 홍콩 기본법 제104조에 대한 해석 초안을 내놓았다.

전인대는 초안에서 “두 초선 의원이 고의적으로 선서 의무를 위반해 국가와 민족을 모욕했다”면서 “이는 홍콩 기본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7일 전인대가 이 초안을 통과시키면 의원들은 제명될 가능성이 크다.

●中전인대 “고의적 선서 의무 위반”

중국 전인대가 홍콩 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이유는 전인대가 홍콩 기본법의 최종 ‘해석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인대는 홍콩 법원에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사후에 최종심의 판결까지 뒤집을 수도 있다. 전인대가 ‘해석권’을 발동한 사례는 모두 4차례다. 1999년에는 홍콩 대법원이 홍콩 영주권이 없는 홍콩인이 중국에서 자녀를 낳을 경우 자녀의 홍콩 거주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지만, 전인대가 이를 뒤집었다.

전인대의 ‘해석권’은 홍콩의 자치가 사법 영역에서도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자치를 넘어 독립을 외친 열혈 청년의 선서 투쟁으로 홍콩은 제한적이나마 인정받던 사법 자치까지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놓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11-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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