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자폐증 소년, 이틀 밤 지샌 뒤 구조되자 건넨 첫 질문

호주 자폐증 소년, 이틀 밤 지샌 뒤 구조되자 건넨 첫 질문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10 17:33
업데이트 2020-06-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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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가족과 함께 호주 빅토리아주 휘틀시 근처에 있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를 찾아다가 길을 잃은 자폐증 소년 윌리엄 캘러헌이 10일 이 산의 베이스캠프에서 구조요원의 돌봄을 받고 있다. 휘틀시 EPA 연합뉴스
지난 8일 가족과 함께 호주 빅토리아주 휘틀시 근처에 있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를 찾아다가 길을 잃은 자폐증 소년 윌리엄 캘러헌이 10일 이 산의 베이스캠프에서 구조요원의 돌봄을 받고 있다.
휘틀시 EPA 연합뉴스
호주의 자폐증 소년이 산에서 길을 잃어 이틀 밤을 홀로 지샌 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자폐증을 갖고 있는 윌리엄 캘러헌(14). 지난 8일 빅토리아주 휘틀시 근처에 있는 마운틴 디스어포인먼트를 가족과 함께 찾았다가 길을 잃고 이틀 밤을 산에서 꼬박 지새웠다. 가족들은 밤이면 섭씨 0도로 떨어진 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캘러헌이 수색에 나선 구조 요원들과 의사 소통을 할 수가 없어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캘러헌은 10일 산 정상 부근에서 구조대의 눈에 발견돼 무사히 생환했다. 덤불숲 사이로 난 트레킹 코스에서 1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였고 운동복에 후드 달린 땀복만 껴입은 채였다. 캘러헌이 먹을 것이나 물 등을 먹을 수 있었는지, 아니면 피난처를 구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조난 당한 곳은 멜버른으로부터 80㎞ 떨어진 곳이었다. 빅토리아 경찰의 크리스틴 랄로르 경사는 취재진에게 “그가 그곳 오지에서 잘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병원으로 후송해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짝 긴장했지만 체온은 따듯했으며,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맥도널드는 없냐고 내게 묻더라”고 전했다.

당연히 어머니 페니는 자원봉사 구조 요원과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그가 뭘 느끼며 견뎌냈는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너무 고맙고 안심이 된다.” 누리꾼 맷 베번은 소셜미디어에 “산 이름을 다시 정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자폐증 소년이란 얘기를 듣고 경찰이 짜낸 묘안이었다. 수색에 나선 주민들에게 페타 치즈, 땅콩버터 등 캘러헌이 회가 동할 만한 음식을 내놓아 냄새를 맡게 하고,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꼬마기관차’ 주제가를 크게 틀어놓으라고 주문한 것이었다.

자폐증 갖고 있는 이들을 대변하는 어메이즈(Amaze)의 자피오나 샤키 사무총장은 구조대가 이런 똑똑한 전술을 택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현지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폐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우리나 전형적인 아이들과 비슷하게 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에 우리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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