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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28 07:25
업데이트 2019-05-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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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앞에 실어야 하는지 적잖이 고민했다. 에베레스트에서 동상에 걸려 큰 고생을 한 인도 산악인 아미샤 차우한이 27일(현지시간) 카트만두 종합병원에서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카트만두 AFP 연합뉴스
이 사진을 앞에 실어야 하는지 적잖이 고민했다. 에베레스트에서 동상에 걸려 큰 고생을 한 인도 산악인 아미샤 차우한이 27일(현지시간) 카트만두 종합병원에서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카트만두 AFP 연합뉴스
“난 20분 밖에 안 기다렸지만 다른 이들은 4시간씩 선 채로 하산 행렬이 풀리길 기다렸다고 하더라. (등반 기술의) 기본이 안 돼 있는 이들을 봤다.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도 봤다. (네팔) 정부는 자격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를 오른 뒤 동상에 걸려 카트만두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인도 산악인 아미샤 차우한(29)이 27일(이하 현지시간)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얘기다. 2주 남짓 동안 에베레스트에서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AP통신과 CNN방송은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출신 변호사 크리스토퍼 쿨리시(62)가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사우스 콜 캠프에서 숨을 거뒀다.

봄철 381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주고 날씨가 좋은 날에 몰리게 마련이라 정상 바로 아래 데스 존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다 체력이 소진되고 산소도 부족해 적어도 4명은 인간 정체 탓에 세상을 등진 게 확실해 보인다.

동상 때문에 발가락 모두가 검푸른 색이고 얼굴은 비바람에 많이 상한 차우한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 네팔인 셰르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잘못된 결정으로 “본인은 물론 셰르파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훈련 은 등반가들만이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우한은 “많은 산악인들이 산소가 모자라 고생했다. 몇몇은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죽어갔다. 그들은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목숨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이들이 데스 존 가운데 가장 악명 높은 힐러리 스텝을 내려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눈으로 보기에 정상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로이터 사진설명은 하산길이라고 돼 있다. 텐디가이드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이들이 데스 존 가운데 가장 악명 높은 힐러리 스텝을 내려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눈으로 보기에 정상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로이터 사진설명은 하산길이라고 돼 있다.
텐디가이드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탐험 영화제작자로 등정에 성공한 엘리아 사이칼리는 2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정상에서 본 것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죽음. 주검. 캐오스, 대기 줄. 루트와 캠프 4 텐트안의 시신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하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타락해 갔다. 시신들을 넘어 걸어갔다”고 적었다. 사이칼리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여러분이 읽은 모든 것은 그날 밤 정상에서 있었던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트로 꼽으며 네팔 정부로선 놓칠 수 없는 외화 획득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등반 허가에 일인당 1만 1000달러를 받고, 또 등반 기술이 떨어지는 이를 정상에 ‘올려주는’ 상업 등반 회사가 일인당 8000만원 정도를 챙긴다. 그렇게 위험한 여정을 부추긴다.

네팔 정부가 4월과 5월 381명에 등반 허가를 내줘 셰르파가 한 명씩 붙는다고 가정하면 750명이 넘는 인원이 되고 중국 티베트 쪽에서는 140명에게 등반 허가가 내려졌다니 양쪽을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지난해 정상 등정자 807명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네팔 군인들이 27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관문인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에서 수거한 쓰레기 가운데 수도 카트만두로 보내져 재활용될 것들을 따로 모으고 있다. 네팔 정부는 올 봄 에베레스트에서 10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남체 AFP 연합뉴스
네팔 군인들이 27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관문인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에서 수거한 쓰레기 가운데 수도 카트만두로 보내져 재활용될 것들을 따로 모으고 있다. 네팔 정부는 올 봄 에베레스트에서 10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남체 AFP 연합뉴스
올 봄 사망자 가운데 인도가 4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두 명에 영국, 네팔 한 명씩이며 정상 가까이에서 실족해 사망한 것이 확실한 아일랜드 한 명이다. 인도인 니할 바그완(27)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모두 합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도널드 린 캐시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던 중 졸도해 죽었고, 또다른 인도 여성 안잘리 쿨카르니(이상 55)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많은 시간을 지체한 것이 죽음을 부른 것으로 셰르파들은 보고 있다. 티베트 쪽에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산악인이 숨졌다.

히말라야의 다른 8000m 이상 봉우리에서도 9명이 숨지고 한 명이 실종됐다. 이미 에베레스트에서의 사망자 숫자는 2014~15시즌 지진과 산사태에 희생된 이들의 숫자를 넘어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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