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입력 2016-06-08 10:14
수정 2016-06-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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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라마 9세, 88)이 9일로 즉위 70주년을 맞는다.

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9일로 즉위 70주년을 맞는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에 왕위에 올라 꼬박 70년간 왕좌를 지켰다. 1952년 2월에 즉위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도 재위 기간이 5년 이상 길다. 그러나 그는 건강 이상으로 병석에서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방콕 왕궁 인근 랏차담넌 거리에 설치된 푸미폰 국왕 즉위 70주년 조형물.
연합뉴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에 왕위에 올라 꼬박 70년간 왕좌를 지켰다. 1952년 2월에 즉위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도 재위 기간이 5년 이상 길다.

수코타이(1238∼1351년), 아유타야(1351∼1767년), 톤부리(1768∼1782년), 랏타나코신(1782∼1932년), 시암(1932∼1939년)에 이은 타이 왕국 등 역대 6개 왕국, 10개 왕조를 통틀어서도 푸미폰 국왕보다 오래 왕좌를 유지한 국왕은 없었다.

푸미폰 국왕은 1927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당시 미국에서 의학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친형인 아난다 마히돈(라마 8세) 국왕이 1946년 약관의 나이에 승하한 뒤 즉위했고 대관식은 이듬해 치렀다.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태국 왕실의 위상은 급격하게 위축되기 시작했지만, 푸미폰 국왕은 국민을 위한 정치로 왕실의 권위를 다시 세웠다.

그는 막대한 왕실 재산을 농업 및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또 젊은 시절엔 카메라를 메고 직접 산간벽지의 농민과 소수 민족을 찾아가 이들의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들었다.

푸미폰 국왕은 이런 국민의 소리를 바탕으로 ‘로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사업 영역은 농업, 수자원, 환경, 고용, 보건, 복지 등을 망라했으며, 크고 작은 규모의 로열 프로젝트가 자그마치 4천여 건에 달했다.

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세계 최장 재위 푸미폰 태국왕, 병석에서 맞는 70주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9일로 즉위 70주년을 맞는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에 왕위에 올라 꼬박 70년간 왕좌를 지켰다. 1952년 2월에 즉위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도 재위 기간이 5년 이상 길다. 그러나 그는 건강 이상으로 병석에서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태국 중앙은행이 국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70바트권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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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족의 복지를 개선해 1988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유엔으로부터 제1회 ‘인간개발 평생 업적상’도 받았다.

또 재임 기간 무려 19차례의 쿠데타와 17회에 걸친 개헌을 겪으면서, 격변과 혼란기에 어김없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1973년에는 군부가 민주화 학생 시위대에 발포하자 학생들에게 궁전 문을 개방했다.

1992년에는 민주화 시위 와중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친다 당시 총리와 야권을 대표하는 잠롱 스리무리앙 전 방콕 시장이 대립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극에 달했다. 국왕은 두 사람을 왕궁으로 불러들여 무릎을 꿇어앉히고 준엄하게 질책했다.

이런 국왕의 모습은 국민에게 깊이 각인됐다. 수친다 전 총리는 결국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태국 국민 대부분은 이런 푸미폰 국왕을 구심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병상에 누워있는 푸미폰 국왕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과 이를 진정시킨다는 구실로 쿠데타를 선언한 군부 통치는 우려를 더 한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2009년 이후 6년 이상을 병석에서 지냈다.

고열과 저혈압, 심장 박동수 증가 등 증세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었고, 지난달에도 뇌에 뇌척수액이 고이는 뇌수종(腦水腫)과 심장 근육의 불규칙한 수축 등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또 왕실 사무국 측은 국왕이 지난 5일 관상동맥 경화증으로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으며 경과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7일 밝혔다.

국왕 와병 중에 시리킷 왕비(83) 마저 뇌 혈액 부족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왕과 왕비의 병환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왕실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왕 즉위 70주년을 맞는 태국 수도 방콕의 분위기도 차분하다.

왕궁으로 이어지는 랏차담넌 거리 등에 설치된 기념 조형물과 도로 곳곳에 휘날리는 왕실 문장 깃발만이 푸미폰 국왕 즉위 70주년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왕실 사원(에메랄드 사원)은 쉴새 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다만, 이런 북새통에도 향을 사르고 연꽃을 받치며 국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태국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태국 정부는 9일 전국에서 푸미폰 국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수도 방콕의 왕궁에서는 프라윳 찬-오차 총리 주재로 770명의 남성이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는 의식을 치른다. 국민에게는 이날 하루 국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 옷을 입을 것을 권한다.

이 밖에도 태국 중앙은행은 국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70바트권 지폐를, 재무부는 기념주화를 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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