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Fields’ 35년 만의 단죄 정의는 살아 있다

‘Killing Fields’ 35년 만의 단죄 정의는 살아 있다

입력 2014-08-08 00:00
업데이트 2014-08-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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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필드’ 전범 1차재판

영화 ‘킬링 필드’로 널리 알려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의 핵심 전범 2명에 대해 종신형이 선고됐다. 자국민 200만명 이상을 처형, 고문, 기아 등으로 죽게 한 급진 마오주의자들에게 35년 만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7일 캄보디아 전범재판소에서 열린 ‘킬링 필드’ 재판에서 공산당 부서기장이었던 누온 체아(왼쪽)가 판사의 종신형 선고 이유를 듣고 있다. 농촌 출신 이데올로그로 크메르루주 내에서 폴 포트에 이어 2인자로 불린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주의 많은 정책을 기획,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놈펜 AFP 연합뉴스
7일 캄보디아 전범재판소에서 열린 ‘킬링 필드’ 재판에서 공산당 부서기장이었던 누온 체아(왼쪽)가 판사의 종신형 선고 이유를 듣고 있다. 농촌 출신 이데올로그로 크메르루주 내에서 폴 포트에 이어 2인자로 불린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주의 많은 정책을 기획,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놈펜 AFP 연합뉴스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AP=연합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AP=연합








유엔이 지원하는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7일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된 누온 체아(88) 당시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3) 당시 국가주석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라스 올젠 재판소 대변인은 AP통신에 “캄보디아인과 재판소 모두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법원이 정의를 되가져다 줄 것이라는 명백한 초석을 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량학살 등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은 9~10월쯤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정 바깥에 대기하던 많은 시민들은 환호했다. 그 시절 남편과 네 아이를 잃은 수온 몹(75) 할머니는 “물, 식량, 교통편 없이 프놈펜에서 시골로 쫓겨 내려가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면서 “이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게 돼 기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공판은 TV로 생중계됐지만 뉴욕타임스는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젊은이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글라스를 쓴 채 휠체어에 앉은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은 판사가 유죄를 선고하는 동안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AFP통신은 변호인들이 항소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농촌 출신 이데올로그였던 누온 체아는 “미국의 폭격 위협 속에서 혁명을 지켜 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정책이었고, 민간인 학살은 베트남군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 지식인 키우 삼판 역시 “실권 없는 얼굴마담이었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소규모 좌익 군사 조직에서 출발한 크메르루주는 1975년 캄보디아 전역을 장악한 뒤 도시를 비우고, 화폐를 없애고, 사적소유와 종교를 철폐하고, 지식인들을 처형했다. 1979년 국경분쟁을 겪던 베트남군 침공으로 정권을 빼앗기고 캄보디아 북서쪽 밀림으로 숨어든 뒤 1998년 훈 센 총리와의 평화협상으로 소멸했다. 지도자 폴 포트는 혹독한 내부비판 끝에 연금상태에 있다가 그해 사망했다.

이후 국제적 압력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재판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1년에 악명 높은 수용소 S21의 책임자 카잉 구엑 에아브 1명만 기소하는 데 그치자 거센 비난여론이 일었다. 그 뒤 다시 조사가 시작됐으나 폴 포트의 동서 이엥 사리 당시 부총리는 숨지고, 렝 티리트 당시 사회장관도 치매 때문에 재판에서 제외됐다. AP통신은 이 3명을 처벌하는 데 지금까지 들인 비용이 2억 달러(약 2075억원)라고 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08-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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