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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버스성폭행 피해자 별칭 붙인 권총 제조 논란

인도 버스성폭행 피해자 별칭 붙인 권총 제조 논란

입력 2014-01-13 00:00
업데이트 2014-01-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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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당국이 재작년 말 수도 뉴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숨진 여대생의 별칭을 붙인 권총을 제조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국영업체 ‘인디언 군수품 공장’(IOF)은 이달 초 여성용 32구경 권총 설계를 마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 이 권총은 소형이어서 지갑이나 손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다.

가격은 1정당 12만2천360 루피(210만원)다.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천800달러임을 감안하면 서민들은 구입할 엄두를 못내는 수준이다.

IOF의 한 관계자는 주문건수는 언급하지 않은 채 “현재 들어온 주문의 80%는 여성들이 한 것”이라면서 “반응이 좋아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주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권총 이름을 ‘니르비크’(힌두어로 ‘두려움 없는’이란 뜻)라고 지은 것이다.

니르비크는 2012년 12월 밤 뉴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다가 남성 6명에게 잇따라 성폭행당한 뒤 치료 도중 숨진 23세 여대생을 기리고자 언론매체와 당국이 만든 별칭이다. 성폭행 피해자는 인도 현행법상 밝힐 수 없다.

이 여대생은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지지 않고 살아남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티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며칠 후 숨졌다. 이 사건으로 정부의 허술한 여성 보호대책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잇따랐다. 결국 당국은 형법을 개정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엄벌키로 했지만 여성 경시풍조 등으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권총 제조소식에 시민운동가들은 당국이 성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을 완전히 모르고 있다며 숨진 여대생의 별칭을 권총 이름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州)에서 권총 피해 여성을 위한 시민단체를 창립해 운영하는 비날라크슈미 네프람은 “자체조사 결과 권총 소지자는 공격받을 경우 총에 맞아 사망할 확률이 비소지자보다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국이 여성을 무장시킴으로써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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