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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도덕적 파산… “어린이들 중독적 클릭 이용해 돈벌이”

페북, 도덕적 파산… “어린이들 중독적 클릭 이용해 돈벌이”

김정화 기자
입력 2021-10-06 20:54
업데이트 2021-1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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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하우건, 美 청문회서 맹폭

“의회 폭동·백신 거부 이용해 양극화 조장
인스타도 #10대 모델 노출해 비교 부추겨
알고도 방치… 의결권 55% 저커버그 책임”

IT 공룡기업 대상 규제 강화 힘 실릴 듯
페북 “하우건, 관련 업무 다룬 경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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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페이스북의 비도덕적 이윤 추구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페이스북의 비도덕적 이윤 추구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기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하지만 사람보다 천문학적 수익을 우선하는 풍토 때문에 페이스북은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프랜시스 하우건(37)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 지난 4월 회사를 관두고 최근 언론을 통해 페이스북의 이면을 보여 주는 문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다. 하우건은 3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에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어떻게 자사 제품의 해악성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는지 조목조목 밝힌 뒤 이를 통제할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채질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몰두할 때 관련 게시물을 찾으며 앱에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하우건은 “자체 조사 결과 아이들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때 기분이 나빴지만, 중독적으로 다음 콘텐츠를 계속 클릭했다”며 “페이스북은 10대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 이용자가 더 오래 머물수록 수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이용자에게 끊임없이 ‘#10대 모델’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노출시키고, 사진으로 완벽해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신체와 생활을 갈망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하우건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도록 조장하는 방식이 실제 현실에서 극심한 다이어트나 섭식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6일 극우세력의 미국 의회 난입 폭동, 코로나19 백신 거부 현상의 이면에도 의견 양극화를 조장하는 페이스북의 역할이 있었다고 했다.

하우건은 2019년 페이스북에 영입되기 전 구글, 핀터레스트, 옐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15년간 일한 전문가로서 페이스북의 체계가 특히 얼마나 유해한지 지적했다. 그는 “회사 이익과 사람들의 안전을 놓고 내부에서 충돌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지만, 페이스북은 일관되게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청문회 대상이 된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의회는 이번 폭로가 IT 공룡을 상대로 한 규제 강화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플랫폼에 대한 책임 강화 문제와 함께 온라인상의 어린이 보호,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 등은 초당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우건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의결권 55% 이상을 쥐고 있다며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 의회의 도움 없이는 이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변화를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하우건의 폭로 이후 성명을 통해 “나쁜 콘텐츠를 부추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암시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대변인 앤디 스톤은 하우건이 관련 업무를 다룬 적이 없고, 지식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밴더빌트대 기술 법률 전문가인 가우템 한스는 AP통신에 “하우건의 제한된 역할과 비교적 짧은 근무 기간을 강조하는 페이스북의 전략은 그들이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좋은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10-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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