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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냉전 끝낸 신뢰외교 대가… 88올림픽 직전 3金 회동

이지운 기자
입력 2021-02-08 22:16
업데이트 2021-02-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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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슐츠 전 美 국무장관 100세 별세

소련과 INF 협상 주도… 군비경쟁 종식
88올림픽 안전 개최 중·소련 협조 구해
인류화합 큰 기여… 서울평화상 수상


1986년 ‘전두환 정권 양심수 석방’ 압력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에게 요청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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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이 2003년 인터뷰를 하던 모습.  팰로앨토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이 2003년 인터뷰를 하던 모습.
팰로앨토 로이터 연합뉴스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 싱크탱크 후버연구소가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 왔다.

1920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벡텔그룹 대표를 지내는 등 정부 기관과 재계, 학계 등에서도 성공한 인사로 평가된다.

슐츠는 62세이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발탁돼 1989년까지 7년간 재임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무장관으로 최장수를 기록했다. 앞서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다. 1987년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협상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협상으로 꼽힌다. 이 조약으로 두 나라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2019년 INF에서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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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재임 중이던 1985년 고인이 당시 로널드 레이건(왼쪽) 대통령, 조지 H W 부시(오른쪽) 부통령과 백악관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장관 재임 중이던 1985년 고인이 당시 로널드 레이건(왼쪽) 대통령, 조지 H W 부시(오른쪽) 부통령과 백악관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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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고인이 바라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고인이 바라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그는 ‘신뢰’를 중시했다. “슐츠는 ‘신뢰는 나라의 법정통화’라는 말의 가치를 알았고, 그것을 원칙으로 고수했다”고 후버연구소는 회고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6차례 방한했으며, 1980년대 한국 민주화에 힘써 달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다. 1986년 11월 20일 조 바이든 등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31명이 “전두환 정권이 ‘양심수’로 불리는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슐츠 전 국무장관에게 부탁한 사실도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서한을 통해 확인됐다.

1988년 7월 방한 때는 ‘3김(金)’을 동시에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중국, 소련 지도자들로부터 서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적극 협력할 것이란 다짐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은 유능하고 정력적인 국민에게 자유, 격동 그리고 지도력이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잘 보여 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2021-02-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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