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신분 퓰리처상 기자 구금됐다 석방

불법체류 신분 퓰리처상 기자 구금됐다 석방

입력 2014-07-17 00:00
업데이트 2014-07-1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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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중남미 출신 어린이들의 밀입국이 급증하면서 국경 관리 강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밀입국 어린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텍사스 등 국경 지역을 방문한 필리핀 출신 불법 체류 신분의 저명 언론인이 공항에서 한때 구금됐다가 풀려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밀입국자들이 증가하면서 국경 및 공항 검문검색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향후 불법 체류 논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 AP=연합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
AP=연합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퓰리처상을 받은 특종 기자이자 스스로 불법 체류자라고 밝혀 유명해진 언론인 겸 이민 문제 활동가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33)가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동하기 위해 매캘런 공항에 갔다가 보안 검색 과정에서 요원들에게 붙잡혀 구금 시설로 호송됐다. 바르가스는 관련 서류를 제시하지 못한 채 불법 체류 사실을 밝혀 수갑을 찼다가 이후 이민 법정에 출두하겠다고 서약해 풀려났다고 미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바르가스도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나와 불법 체류자들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우리의 일상생활은 비행기를 타는 단순한 일에서도 공포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바르가스 지지 단체 ‘미국인을 정의하라’(Define American)의 라이언 엘더 국장은 “바르가스가 중앙아메리카에서 도망 온 아이들과 가족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대하고 유대감을 보여주기 위해 매캘런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12세 때인 1993년 조부모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온 바르가스는 할아버지가 밀입국 주선 업자에게 거액을 주고 그를 위해 불법 서류들을 만든 사실을 모른 채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16세가 돼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에야 자신이 위조 여권과 영주권을 갖고 있는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르가스는 샌프란시스코주립대를 졸업한 뒤 지역 언론사 인턴을 거쳐 2004년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됐고,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보도로 2008년 퓰리처상을 받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후 2011년 ABC방송 출연 및 뉴욕타임스매거진 칼럼을 통해 18년간 불법 체류자로 살아온 삶을 고백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바르가스는 자신이 불법 체류자임을 공개한 뒤 3년간 필리핀 여권만 갖고도 40개 주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텍사스주가 밀입국자 색출을 위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불법 체류 신분으로 텍사스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 예견이 맞았던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07-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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