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톈안먼 추모’ 조각상 철거
홍콩대에 24년간 세워져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해체돼 철거됐다. 조각상은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인민해방군에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5월 조각상 청소 당시 모습. 2021.12.23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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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민주화시위에 대한 언급이 금지된 중국 내 ‘역사 말살’이 홍콩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홍콩대는 23일 성명을 통해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홍콩대는 “외부 법률 자문과 대학에 대한 리스크 평가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소셜미디어에는 ‘수치의 기둥’ 주변에 노란색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사진 등이 공개됐으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홍콩대는 철거 작업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으며, 경비 10여명을 세워 철거 현장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
톈안먼 시위, 중국 내 언급·검색 금지
맨몸으로 탱크에 맞서는 중국 젊은이를 포착한 외신 사진은 톈안먼 사태를 세계에 알렸다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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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언급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이를 기록한 기록물은 폐기됐으며 관련 단어를 검색하는 것조차 차단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달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채택된 역대 세 번째 역사 결의에서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정치 풍파’와 ‘동란’으로 규정했다.
홍콩선 30여년간 ‘톈안먼’ 추모행사
철거되는 ‘톈안먼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
홍콩대에 24년간 세워져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22일 밤 해체돼 철거됐다. 조각상은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인민해방군에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2021.12.23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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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의 기둥’은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으로, 8m 높이에 무게는 2t에 달한다.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 기증했고, 지련회가 홍콩대에 전시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해온 단체로, ‘수치의 기둥’을 닦는 세정식도 연례 행사로 진행해왔다.
홍콩국가보안법 이후 민주단체 해산
홍콩대에 설치돼 있던 ‘텐안먼 추모’ 조각상
홍콩대에 24년간 세워져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해체돼 철거됐다. 조각상은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인민해방군에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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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후 홍콩대는 지련회 측에 ‘수치의 기둥’을 10월 13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임의로 치우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갤치옷 작가는 ‘수치의 기둥’의 소유권은 지련회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면서 학교 측에 임의로 ‘수치의 기둥’을 철거하지 말 것을 요청해왔다.
그는 ‘수치의 기둥’이 약 140만 달러(약 16억원)의 가치가 있으며 복잡한 철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홍콩에 직접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갤치옷 작가는 지난달에도 공개서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철거하러 홍콩에 갈 테니 자신이 홍콩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홍콩 매체 명보는 “홍콩대가 지난주 홍콩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사회 회의를 소집했고 작가가 와서 가져갈 때까지 ‘수치의 기둥’을 다른 곳에 임시로 옮겨놓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홍콩서도 자행되는 ‘역사기록 말살’
철거되는 ‘톈안먼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
홍콩대에 24년간 세워져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해체돼 철거됐다. 조각상은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인민해방군에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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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련회 간부들은 홍콩 당국이 불허한 집회의 참가·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련회의 톈안먼시위 추모기념관도 당국의 단속에 문을 닫았다.
이후 홍콩 당국은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의 운영도 중단시켜 지련회가 30여년 축적해온 역사적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모두 차단됐다.
해외 활동가들이 해외 서버를 통해 개설한 톈안먼 추모 온라인기념관 ‘8964 기념관’도 홍콩에서 접속이 안 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31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 내 톈안먼 추모 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이유로 불허했다.
중국의 홍콩 내 ‘역사기록 말살’은 앞서 공공도서관 내 톈안먼 민주화시위 관련 서적 철수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HKFP는 자체 조사를 통해 지난 12년간 홍콩 공공도서관에서 톈안먼 민주화시위 관련 서적 29종이 치워졌다고 밝혔다. 또 현재 공공도서관들이 보유 중인 관련 서적 120종 중 26종만 진열돼 있거나 대출이 가능하며, 나머지 94종은 별도로 요청해야 이용 가능하거나 내부 열람만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홍콩대 학생 찬은 ‘수치의 기둥’ 철거 소식에 대해 “홍콩대가 한밤중에 이런 일을 한 것은 비겁하다”며 “홍콩대는 학문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사적 기념물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