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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627억원 배상 직면

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627억원 배상 직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0-05 16:36
업데이트 2021-10-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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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AP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흑인 직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테슬라가 사내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흑인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두 번째 사례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방 법원 배심원단은 2015년과 2016년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운영자로 일했던 오언 디아즈(53)가 제기한 인종차별 주장을 인정하면서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금 액수는 총 1억 3690만 달러, 한국 돈으로 1627억여원에 달한다.

“깜둥이 표현에 인종차별적 그림·낙서 수시로 발견”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AP 연합뉴스
이번 재판은 디아즈가 인종적으로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강요당했고, 테슬라가 이를 막지 못했으며, 직원들에 대한 감독이 소홀해 디아즈에게 피해를 줬다는 쟁점을 놓고 진행됐다.

디아즈는 화장실 등에서 인종차별적 이미지와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깜둥이”(nigger)라는 말을 듣는가 하면 긴 얼굴에 큰 입과 큰 눈, 그리고 머리카락에 뼈다귀가 매달려 있는 그림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림 아래에는 “우우”(Booo)라고 야유하는 듯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당시 디아즈의 감독관이 자신이 농담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인정했다고 디아즈는 전했다.

결국 디아즈는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피해를 전화를 통해 테슬라 관리자에게 전달했다.

디아즈는 또 화장실 칸막이에서 나치의 상징인 ‘만’(卍)자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공장 주변에 사는 흑인 어린이들을 경멸적으로 그린 낙서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는데도 회사 측이 이러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지 못했다고 디아즈는 주장했다.

“아들·딸에게 입사 권유” vs “아들도 인종차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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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테슬라 측 변호인 트레이시 케네디는 최후 변론에서 테슬라 직원이 디아즈를 괴롭혔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그의 인종차별 주장에 대해 회사가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디아즈는 아들과 딸에게 같은 회사에 취직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면서 디아즈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디아즈는 아들이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인종차별적 욕설을 듣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한계에 부닥쳤음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테슬라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은 인력파견 하청업체에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디아즈 측 변호인인 버나드 알렉산더 3세는 “무관용 정책과 달리 테슬라는 ‘무책임 정책’을 갖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디아즈는 “식욕을 잃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체중 감소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언젠가는 계단에 앉아 울기만 했다”고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했다.

배심원단은 4시간의 심의 끝에 디아즈에게 유리한 평결을 내리면서 테슬라에 690만 달러(82억여원)의 배상금과 1억 3000만 달러(1545억여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디아즈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뒤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어깨가 가벼워졌다면서 “테슬라 공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부사장 “평결 부당…과거에 완벽하지 못했던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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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부사장
테슬라 부사장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밸러리 워크맨 부사장.
링크드인
테슬라의 밸러리 워크맨 부사장은 4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디아즈가 괴롭힘에 대해 불평했을 때 직원들에게 관련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워크맨 부사장은 “이런 사실을 볼 때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이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2015년과 2016년에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워크맨 부사장은 “디아즈 외에도 3명의 다른 증인이 ‘깜둥이’를 비롯해 인종차별적 단어를 주기적으로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증인들이 모두 직장에서 ‘깜둥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적절함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다른 흑인 동료들이 친근한 의미로 문제의 표현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아즈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2명을 해고하고, 1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평결에 대한 논평 요청이나 항소 계획에 대해 즉각 응하지 않았다.

테슬라, 8월에도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00만 달러 보상
테슬라가 흑인 직원에게 인종차별과 관련해 보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테슬라 북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일했던 흑인 멜빈 베리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해 100만 달러(11억여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다.

베리는 공장에서 상사로부터 ‘깜둥이’라는 인종적인 비하 발언을 100번도 넘게 들었고 이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근로시간만 길어지고 무거운 짐을 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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