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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협력 필요한 미중… 신장독립세력 입장 차가 걸림돌

아프간 협력 필요한 미중… 신장독립세력 입장 차가 걸림돌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8-31 22:00
업데이트 2021-09-0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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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장위구르 反中단체 ETIM 딜레마
탈레반과 손잡으면 티베트도 영향 우려

美, 인권 내세워 테러조직 명단서 제외
“양국 협력하려면 美 입장부터 정리해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군하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커 협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ETIM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해 보인다.

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모두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소굴로 전락하고 탈레반이 극단주의로 치닫는 것에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양국이 협력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해 SCMP가 내놓은 답은 ETIM이다. 위구르인들은 1944년 중국의 혼란을 틈타 ‘동투르키스탄’을 세웠다. ETIM은 1955년 중국의 자치구로 병합된 신장에 동명의 나라를 다시 세우자고 주장한다. 중국은 ETIM이 아프간의 지원을 받아 신장 지역에서 테러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위구르족과 아프간 탈레반은 수니파여서 동질감도 남다르다. 위구르 극단주의자들이 탈레반을 믿고 분리주의 활동을 개시하면 바로 옆 티베트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저항운동을 벌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그간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신장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ETIM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베이징을 거들었다. 2001년 미국이 9·11 테러 보복을 위해 아프간을 침공하자 중국이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부시 전 대통령이 이를 대가로 신장 인권 문제를 눈감아 준 것이다.

이런 ‘암묵적 공조’는 비정치인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2017년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중’을 기치로 내걸고 위구르족 문제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11월에는 “ETIM이 실존한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테러 조직 목록에서 삭제했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도 ETIM에 대한 백악관의 태도 변화를 꼬집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ETIM을 테러 조직으로 재지정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미 ‘반중’이 국민정서로 자리잡은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특별한 명분 없이 중국의 요청을 수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주융뱌오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SCMP에 “탈레반이 국제사회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미중이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이 ETIM에 대한 입장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9-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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