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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美 부부 둘러싼 연이은 죽음…아이들·전처 살인 혐의 기소

종말론 美 부부 둘러싼 연이은 죽음…아이들·전처 살인 혐의 기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5-27 09:23
업데이트 2021-05-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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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자녀 2명 유해, 남편 집 뒷마당서 발견

자녀 살해 및 살해공모 혐의를 받는 미국의 ‘종말론’ 부부 로리 밸로우와 채드 데이벨.
자녀 살해 및 살해공모 혐의를 받는 미국의 ‘종말론’ 부부 로리 밸로우와 채드 데이벨.
‘의문의 죽음’ 남편 전처 향해 “악령에 사로잡혀”
아내의 숨진 전 남편 “아내, 스스로 신이라 믿어”


스스로를 신이라 믿는 아내, 종말론에 심취한 남편, 전처의 의문스러운 죽음, 실종된 아이들.

오컬트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주변에 끊이지 않던 미국의 한 부부가 전처와 자녀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대배심은 25일(현지시간) 남편 채드 데이벨(52)과 아내 로리 밸로우(47)가 로리의 두 아이를 살해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일명 일명 ‘둠즈데이(최후의 심판의 날) 커플’로 불리는 두 사람은 재혼한 부부 사이로, 남편 채드는 전처인 태미를 살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대배심은 이들 부부에게 아이들을 살해한 것에 대해 1급 살인 혐의를, 아이들과 전처를 살해한 것에 대해 1급 살인공모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이들 부부에게는 보석 없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살해된 두 아이는 타일리 라이언(사망 당시 17·여)과 조슈아 잭슨 로리(사망 당시 7·남)로, 아이들은 2019년 9월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다.

로리가 채드를 처음 만난 것은 시간을 거슬러 두번째 남편 찰스 밸로우와 결혼 생활 중이던 2018년 12월이다. 이후 로리는 2019년 2~3월 58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이후 두 사람의 주변엔 죽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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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다호에서 2020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두 의붓자녀의 아버지 채드 데이벨.  AP 연합뉴스
미국 아이다호에서 2020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두 의붓자녀의 아버지 채드 데이벨.
AP 연합뉴스
로리가 자취를 감춘 사이 당시 남편 찰스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월부터 찰스와 로리는 별거 중이었고, 찰스는 아들 조슈아의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당시 찰스는 로리가 스스로를 ‘예수의 재림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구로 보내진 신’으로 믿고 있다고 법원에 진술했다. 또 예수 재림 준비를 방해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고도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전 두 사람의 부부 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같은 집에 있던 로리의 오빠 콕스가 찰스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콕스는 이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같은 해 12월 자연사했다.

하와이에 살던 로리는 채드와 함께하기 위해 2019년 9월 자녀들을 데리고 아이다호로 이주했다.

그리고 같은 달, 딸 타일리와 아들 조슈아가 사라졌다.

다음 달인 2019년 10월, 죽음의 손길이 뻗친 곳은 채드의 전처 태미였다.

10월 9일, 태미는 복면을 쓴 누군가가 자신을 페인트볼 총으로 쏘려 했다며 경찰을 불렀다.

열흘 후, 태미는 아이다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엔 태미가 잠을 자던 중 자연사한 것으로 판정됐다.

다음달인 11월 로리와 채드는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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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다호에서 2020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두 자녀의 어머니 로리 밸로우 데이벨(왼쪽).  AP 연합뉴스
미국 아이다호에서 2020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두 자녀의 어머니 로리 밸로우 데이벨(왼쪽).
AP 연합뉴스
당국이 로리와 채드 부부에게 아이들의 행방을 물었으나 이들이 보낸 답변은 모두 거짓이었다.

결국 경찰이 나서 이들 부부에게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과 전처의 죽음에 대해 심문을 하자 이들 부부는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해를 넘겨 2020년 1월 하와이에서 로리와 채드는 체포됐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결국 경찰은 채드의 자택 뒷마당에서 실종된 아이들의 유해를 찾아냈다.

또 채드의 전 부인 태미의 죽음도 재조사가 이뤄져 묘지에서 유해가 발굴돼 부검이 진행됐다.

남편 채드는 심판의 날 관련 단체에 연루된 인물로 종말론 소설을 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장에 따르면 부부의 종교적 신념이 살인 동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부부가 서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중에는 숨진 전처 태미를 두고 “악령에 사로잡혔다”는 표현이 있었다.

또 채드는 전처 태미가 숨지기 약 한 달 전 태미에 대한 생명보험을 변경해 사망보험금을 최대 한도로 올렸다. 이 때문에 채드는 보험사기 혐의로도 기소됐다.

대배심은 채드와 로리 부부 기소장에서 아이들과 채드의 전처가 어떻게 숨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프리몬트카운티의 린지 블레이크 검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이들에 대한 기소가 늦춰지면서 아이들의 유해가 발견된 지 거의 1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블레이크 검사는 “지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성실하게 일해왔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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