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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변명한 美체조 팀닥터…판사 “당신한텐 개도 안보낼 것”

끝까지 변명한 美체조 팀닥터…판사 “당신한텐 개도 안보낼 것”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5 11:13
업데이트 2018-01-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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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폭력 팀닥터, 판사에게 편지보내 “여자가 한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

미국 체조선수들을 장기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대표팀 주치의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의 통쾌한 ‘사이다’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체조대표팀 겸 미시간대 소속 팀 닥터 래리 나사르. AP 연합뉴스
미 체조대표팀 겸 미시간대 소속 팀 닥터 래리 나사르.
A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AP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미시간주 랜싱 법원의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미 체조대표팀 겸 미시간대 소속 팀 닥터 래리 나사르(54)에게 이날 재판에서 최장 175년 형을 선고하면서 뼈아픈 지적을 쏟아냈다.

무려 30년간이나 체조선수 156명을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나사르가 최근 아킬리나 판사에게 자신이 유죄를 인정하도록 교묘히 조종당했다면서 마치 피해 여성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나사르는 편지에서 “미디어가 그들(피해자들)에게 내가 한 모든 것이 잘못이라고 설득한 것”이라면서 “그들은 내가 믿음을 깼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건 완벽한 악몽”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편지 일부를 읽던 아킬리나 판사는 혐오스럽다는 듯 편지를 내던지고는 “당신은 아직도 당신이 한 짓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이 편지가 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당신은 아직도 당신이 옳고, 의사이며, 자격이 있고,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치료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당신에게 내 개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나사르에게 형을 선고하면서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으로 걸어나갈 자격이 없다”며 판결문을 ‘사형 집행 영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선고가 끝나자 법정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피해자들은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나사르로 인한 악몽을 이겨내고 직접 법정에 나와 자신의 피해를 증언했다. 이들은 성폭행으로 인한 불안, 우울, 자기학대 등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더는 의사를 믿지 않게 됐고, 신체접촉이라면 뭐든 꺼리게 됐다는 이도 있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카일 스티븐스는 “성폭력은 충격적인 신체적 행위 그 이상이다. 피해자의 삶의 궤도를 바꾼다.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며 울먹였다.

피고인석에서 이를 듣고 있던 나사르는 때때로 머리를 숙이거나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고 CNN은 전했다.

법원은 애초 피해자 증언에 88명이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그 수는 거의 2배로 불어났다. 아킬리나 판사는 증언을 원하는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고, 공판의 중심은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시 피해자인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딴 체조스타 앨리 레이즈먼은 “당신이 그 오랜 기간 비정하게 학대했던 우리는 이제 힘을 가졌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상황은 역전됐고 우리가 여기 있다. 우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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