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욕설 끝판왕은 ‘나치’…고드윈의 법칙을 아시나요

서양욕설 끝판왕은 ‘나치’…고드윈의 법칙을 아시나요

입력 2017-03-15 16:36
업데이트 2017-03-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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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길면 등장확률 100%…선동으로 쓰이면 역사왜곡 소지

유럽 국가들을 향한 터키 대통령의 막말 가운데 하나인 ‘나치’가 욕설로 쓰일 때 의미를 두고 여러 해설이 쏟아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달 초 터키 개헌안 지지집회를 불허한 독일 당국을 ‘나치 같다’고 비난한 데 이어 로테르담 집회에 참석하려던 자국 장관들의 입국이 금지되자 네덜란드를 ‘나치 잔재’, ‘파시스트’라고 공격했다.

영국 BBC방송은 “논쟁에서 히틀러나 나치 독일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정치적 논쟁에서 나치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나치 표현이 이렇듯 자주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선 유대인 단체 ‘명예훼손반대연맹’은 나치가 옮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할 때 가장 손쉽게 꺼내 들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너선 그린블랫 ADL 대표는 “이런 잘못된 비유는 인간 역사상 유일무이한 비극을 하찮게 보이게 할 수 있다”며 “공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강조할 목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들먹일 때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린블랫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 외에도 미국 정보기관들을 ‘나치 독일’에 비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독려하며 EU를 나치로 묘사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상대방을 나치로 몰아붙이며 공격하는 수법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1990년 텍사스대 로스쿨 학생이던 마이크 고드윈은 당시 PC 통신 게시글들을 분석한 결과 “논쟁이 장기화할수록 상대방을 히틀러나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이 나올 확률이 ‘1’(100%)에 수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후 온라인 토론장에서도 히틀러나 나치 공격이 줄지 않자 이러한 ‘고드윈의 법칙’은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고드윈은 애초 나치 비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지적하기 위해 이런 법칙을 주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토론에서 나치를 들먹이는 사람들 대다수가 사려 깊거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대신 그들은 통나무가 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예측할 수 있게, 또 무의식적으로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또 히틀러나 나치를 운운하는 것이 역사적 비극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에서 나아가 토론을 이어가거나 주장을 강화하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세계적 영어 토론단체인 ESU의 어맨다 무어헨은 “파시즘으로 몰아 비난하는 것은 관중을 당신 편으로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다며 다만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끌어와 토론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은 관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대편을 나치라고 공격한다”면서 “이는 아주 큰 실수이다. 이런 관심은 당면한 주제의 핵심보다 그 단어의 사용에 쏠리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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