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물밑협상’ 전환…北, 수배자 귀국보장 등 요구할듯

말레이 ‘물밑협상’ 전환…北, 수배자 귀국보장 등 요구할듯

입력 2017-03-09 10:14
업데이트 2017-03-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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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연루 北외교관 등 신병처리 관건…조사후 추방 가능성김정남 가족, DNA 샘플만 제공후 말레이 방문 포기 땐 北에 시신 넘길수도

김정남 암살사건을 놓고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던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물밑 대화모드로 돌아서면서 양측이 어떤 해법을 도출할지 관심을 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 북한인 수배자들의 귀국 보장과 김정남 시신 인도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가 안 그래도 벽에 가로막힌 수사의 근간을 뒤흔들 이런 요구를 받아들지는 불투명하지만 ‘인질외교’를 끝내기 위한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7일 북한이 자국 거주 말레이인들의 출국을 금지, 사실상 인질로 잡자 곧바로 말레이도 자국 내 북한인들에 대해 같은 조처를 하면서 양국 갈등이 수교 44년 만에 최고 수위에 달했다.

말레이 정부가 10일 각료 회의에서 북한과의 단교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가 8일 “북한과의 단교 계획은 없다”며 전날의 강경 대응 기조를 누그러뜨리면서 사실상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지금은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할 채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교부터 할 경우 대화 창구가 막히고 내부적으로 ‘피의 숙청’을 일삼는 북한이 보복조치로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북한에 있는 말레이인은 11명, 말레이에 거주하는 북한인은 1천여 명이다. 수적으로만 보면 북한이 크게 불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예측불허의 행태를 볼 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말레이의 딜레마다.

반북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조기 총선을 추진하는 말레이 정부로서는 자국민 단 1명의 희생도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벼랑 끝 대치로 치닫는 말레이와 북한을 향한 중국의 국제법 준수 권고 등 대외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 말레이시아에서는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게 됐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는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 요구사항은 말레이시아인 출국금지와 관련, “(기한은) 말레이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어 말레이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라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에는 김정남 암살에 대한 북한 배후설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중 하나가 김정남 피살사건의 연루자로 지목된 현광성(44)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의 신병 처리 문제다.

이들은 현재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 경찰은 이들의 수사협조를 요구하며 김욱일에 대해서는 체포 영장까지 받았다.

김정남 암살의 주 용의자인 북한인 4명이 범행 직후 평양으로 도피하고,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 리정철(46)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 추방됐다. 결국, 말레이 경찰은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현광성과 김욱일에 대한 수사에 기대는 실정이다.

수사협조를 거부하는 북한은 이들의 귀국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말레이 경찰에 서면 등 어떤 방식으로든 진술하면 리정철처럼 추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현광성, 김욱일과 관련한 의혹은 지난 13일 김정남 살해 직후 출국한 북한인 4명을 공항에서 배웅했다는 것이 전부다. 이들을 체포하더라도 리정철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말레이가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다.

김정남 시신 인계 문제도 쟁점이다.

북한은 여권상 이름이 ‘김철’인 북한인의 시신을 넘겨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는 공식적인 신원 확인이 선행돼야 하며 시신 인수는 가족들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8일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김한솔은 이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말했다. 숨진 북한인이 김정남이라고 그의 가족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국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영상 속 인물은 김한솔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아직 (영상에 등장한 사람이) 김한솔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영상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 경찰이 이 영상의 인물을 김한솔로 인정하면 가족의 신원 확인이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김정남 가족의 DNA 샘플 제공 문제가 관련, 할릿 청장은 “경찰은 자체적으로 DNA 샘플 확보 방안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수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솔 가족의 도움 요청을 받고 네덜란드, 중국, 미국 정부 등의 후원으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는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의 주장이 맞는다면 말레이 경찰이 현재 김한솔 가족을 보호하는 국가의 협조를 받아 DNA 샘플을 넘겨받는 방법이 있다.

대신 신변에 위협을 느낀 김한솔 가족이 말레이 방문을 포기한다면 김정남 시신을 북한으로 넘기는 방법도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말레이는 더는 잃을 게 없다는 식으로 달려드는 북한과 극단적인 대치를 계속하면 북한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라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양측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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